추석(秋夕)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간, 잊고 살았던 부모, 가족, 친구들의 존재감과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시간, 어렸을 땐 그저 맛있는 거 먹고 쉬는 날이었지만, 이제 가족이 생긴 후로는 부모님이 그 자리에 그렇게 계셔주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해지는 건 나이가 드는 것일까 철이 드는 것일까.오랜만에 돌아온 내 고향에 변함없이 많은 꽃들과 나무들, 그 나무 위 까치집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그저 앉아서 쉬던 마루조차도, 앞뜰조차도, 편한 그늘을 주던 마당의 나무도 돈과 사회생활에 정신 없이 몰려가던 나에게 너무 오랜만의 편안한 휴식을 준다.

그리고 그곳엔 어느덧 나의 아들과 형제들, 조카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웃으며 모여있다.

안치환의 노래 ‘고향집에서’는 명절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안치환 자신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은 노래가사에서 막 고향에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하게 된다.

차분한 기타소리와 함께 가을 바람같은 하모니카는 우리의 감정을 어느덧 고향집에 닿게 만든다.

노래가 우리 이야기를 반영하고 우리 사랑과 욕망, 일상을 그대로 노래할 때 우리는 노래와의 일체감을 느낀다.

우리의 일상적 이야기를 노래로 표현할 때 우리는 음악의 사회적 기능과 정서적 환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또 다른 카타르시스와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며 남의 노래가 아닌 나의 노래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사회적 의식과 고민의 노래철학을 가지고 있는 안치환이 너무나 일상적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는 모습은 그의 의식의 출발이 사람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 속에서 그 고민을 풀고 싶어하는 안치환의 고민은 그의 앨범 곳곳에 드러나며, ‘내가 만일’이나 ‘사랑하게 되면’이 그저 단순한 사랑의 고백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노래는 그냥 가사 그대로 음미해 보는 것이 그 노래를 느끼는 가장 큰 방법이다.

건강하신 부모님, 무럭무럭 크는 자식들, 오순도순 음식 만드는 가족들, 모두가 바라는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번 고향길엔 안치환의 ‘고향집에서’를 한번 들어보자. 각박한 경제사정에 따뜻한 마음으로나마 고향에 닿아 부모님 가슴 가득 안아드리고 오자.“참 오랜 만에 돌아온 내 고향/ 집 뜰엔 변함없이 많은 꽃들/ 기와지붕 위 더 자란 미루나무/ 그 가지 한구석엔 까치집 여전하네/ 참 오랜만이야/ 낯선 사람 보듯 짖어대는 누렁아/ 나도 이집에 한 식구란다/ 아침마다 너에게 밥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그 두 분의 사랑하는 막내아들/나도 한 식구란다/ 사랑방 부엌엔 쇠죽 쑤시는 할아버지/ 정정하신 할아버지 오래 사세요/ 고추잠자리 따라 뛰노는 내 조카들과/ 아직 뭘 잘 모르는 두살짜리 내 아들의/ 어울림이 좋은 날이야….”

 /우리동네 노래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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