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답다 한가위답다는 말을 건네려면 시원한 기온과 청명하고 멋진 하늘빛이 뒷받침 되어야 할 텐데! 빠른 숫자 탓일까? 금년 추석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조상님께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성묫길을 지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심산유곡이 명당이라’했던 선조들이었던 터라 지리산 줄기에 모신 덕에 추석이면 등산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다녀온 곤 했었는데, 무더위에 정성이 녹아내린 것일까? 아니면 살아있는 자들의 간사함일까? 지리산 종주 산행을 능가 할 정도로 한 분 한 분 뵈올 때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설 성묘를 생각해 볼 정도다.

길 언저리와 골짜기에 핀 물봉선과 잔대, 아직까지 빛을 잃지 않은 벌개미취며 산소주위에 무리지어 핀 알며느리밥풀꽃이 길을 안내 했기에 그나마 피로는 덜했지만. 꽃모양이 봉황새를 닮은 봉선화와 같고 물이 충분한 곳에 산다하여 붙여진 물봉선은 속명으로 임페티언스(Impatiens)라 하는데, 라틴어로 ‘참지 못하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자손을 좀 더 멀리 보내기 위한 어미의 전략으로 열매를 건드리거나 여물게 되면 탄력적으로 열매껍질이 톡 터지는 성질 때문이라는데,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Don't touch me).’라는 꽃말로도 유명하다.

  항상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길목인 9월에 절정을 이루며 피기 때문에 더위와 산행에 지친 몸을 풀어 주기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꽃으로 야생화의 초짜도 이 꽃을 처음 대할 때 낯설기 보다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역의 산골짜기와 물이 풍부한 곳에 무리지어 자생하면서도 인공적이며 도시화된 지형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식물이다.

 8월말~9월까지 자주색 꽃이 주로 피지만, 노란색으로 피는 것도 있고, 간혹 흰색으로 피는 물봉선도 있으니 이름을 달리 할 법도 한데 아직은 ‘물봉선’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부르고 있다.

꽃모양은 길쭉한 깔때기관이 나선형으로 말려있는 형태인데, 곤충이 빨대를 깊숙이 넣어 꿀을 탐할 때 꽃가루를 곤충의 몸에 고루 묻혀 가게 하려는 꾸밈이다.

수정된 열매는 10월이면 종자가 익어서 탄력적으로 열매껍질을 터트려서 멀리 보내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1년생 식물이지만 해마다 많은 개체가 무리를 이루어 살 수 있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해독과 염증제거에 효과가 있고, 타박상과 곤충, 뱀 등에 물렸을 때 바른 다고하며 어린잎은 나물로도 이용하지만 식물체에 아린 맛을 내는 옥살산칼슘(calcium oxalate)을 함유하고 있어 끊인 물에 충분히 우려서 사용해야 하는데, 한의사들은 관절염, 통풍, 결석, 위산과다증이 있는 사람은 이 식물의 섭취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물봉선의 꽃은 여인들이 손톱에 물들여 첫눈이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사랑을 이룬다는 추억이 담겨있는 봉선화와 비슷하지만 야생화만이 갖는 소박하고 수줍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산에 지천이라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식물이기 때문에 굳이 우리의 생활주변에 심지는 않고 있으나, 공원 습지의 그늘진 곳에 씨를 뿌려 놓으면 물봉선 끼리 무리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기 때문에 10월에 익은 종자를 잘 채취해 시도해 봄직하다.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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