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원 소설 '소나기'의 원제목은 '소녀(少女)'이며 결말 부분도 4문장이 더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성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김동환 교수는 문학교육학 26집에 게재한 '초본과 문학교육'에서 "소설 '소나기'는 지금까지 1953년 5월 '신문학'이라는 잡지에 실린 것이 초본이자 원본처럼 알려져 있었다"며 "그러나 발표시기는 늦지만 같은 해 11월 '협동'이라는 잡지에 실린 '소녀'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것이 초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1953년 11월 '협동'에 실린 '소녀'는 '소나기' 통용본과 내용상 큰 차이는 없지만 결말 부분에 4문장이 더 있다.

'소나기' 통용본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드군./ 글쎄 죽기 전에 이런말을 했다지 않어? 죽거든 저 입었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 묻어 달라고..."라며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소녀'에는 '소나기'의 결말 부분 이후 "아마 어린 것이래두 집안 꼴이 안될걸 알구 그랬든가 부지요?/ 끄응! 소년이 자리에서 저도 모를 신음 소리를 지르며 돌아 누웠다.

/ 쟤가 여적 안자나?/ 아니, 벌서 아까 잠들었어요...얘, 잠고대 말구 자라!"라는 4문장이 덧붙여있다.

김 교수는 '소나기' 통용본보다 '협동'에 실린 '소녀'의 결말 부분에 4문장이 더 많은 점을 들어 '소녀'를 원본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근거로 황순원 선생의 제자였던 경희대학교 김종회 교수가 2001년 경희어문학 21집 '황순원 선생이 남긴 숨은 이야기들'에서 "다만 소나기의 그 빼어난 결미에 관해서는 선생께 들은 말씀이 있다.

원래의 원고에서 소년이 신음 소리를 내며 돌아눕는다는 끝 문장이 있었는데, 절친한 친구 원응서 선생이 그것은 사족이니 빼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는 것이다"라고 회고한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또 김 교수는 표기법도 '소녀'의 경우 맞춤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됐지만 이후 신문학에 실린 '소나기'부터는 이를 바로잡아 선후 관계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환 교수는 "황순원 선생이 초본을 '협동'이라는 잡지에 먼저 전달했지만 잡지 발간이 늦어지면서 신문학에 수정본인 '소나기'가 앞서 실린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한국전쟁 직후의 우리나라 문학계 사정을 볼때 금전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협동'의 발간이 늦어졌던 것이 아닌가 추정해본다"고 말했다.

김종회 교수는 "소나기 원본이 발굴됐다는 것은 문학사적으로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며 "황순원 선생께서 소년이 신음 소리를 내며 돌아눕는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뺐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종회 교수는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볼때 '소녀'가 먼저 발표돼야했는데 나중에 실렸다는 김동환 교수의 추정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순원 선생의 아들인 황동규 교수는 "아버지에게 소나기의 원본과 관련해서 직접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며 "소나기의 원본이 발굴됐다면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작품을 연구하는데는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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