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문화공간들이 진화하고 있다.

전시장, 공연장 등 고유한 단일 기능만 수행하던 문화공간들이 다기능을 수행하는 멀티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공간이 때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도 되었다가 미술이나 사진 작품이 걸리는 갤러리로 변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모여 세미나를 여는 세미나 장소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신은 전문 문화공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치단체의 청사나 공공 건물의 로비는 물론이고 병원·기업 빌딩 등 자투리 공간, 사람이 분주히 다니는 길거리마저 수시로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적 시도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주민의 지적 수준과 문화적 욕구가 강해지면서 문화를 직접 향유하고 체험하고자 하는 열망은 커지고 있는 데 비해 이를 적절히 수용할만한 문화공간들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장소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많은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 문화란 주민의 일상적인 삶과 유리된 공간에서 발전해 온 것이 아니다.

주민의 일상적인 삶이 곧 문화적 행위이며, 문화적 행위가 주민의 삶을 재생산하는 것이므로 문화는 주민과 가까이 있을 수록 그 소임을 다할 수 있다.

그 동안 문화는 주민의 일상과 거리를 둘 수록 뭔가 값있어 보이고 대단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문화예술 공연장(예를 들면 소리문화의 전당 같은)들은 시민의 일상적 공간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 특히 언덕이 높은 곳에 자리잡고 서서 시민을 내려다보며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주민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생활공간에 다양한 문화시설이나 공간이 생겨나고, 이 문화공간들이 멀티 기능으로 변신하면서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문화공간들의 변신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담아내고 이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지는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그것은 문화공간이 멀티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화장르들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향유 기회를 만들고는 있지만 그것이 주민에게 낯설음으로 받아들여질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지만 다양한 새로운 문화향유 기회를 창출하는 일, 이것이 문화공간의 다음 진화과정이 될 것이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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