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 올려진 무용극 ‘청의 눈물’은 한국인의 가슴속에 영원한 효(孝)의 표상으로 자리잡은 심청을 다시 건져 올린 공연이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모두 8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통적 ‘심청가’를 바탕으로 하되 역동적이고 유려한 춤과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몸을 던져 아비의 개안을 가져온다는 ‘인신공양’의 주인공인 심청의 역할은 사실 태생적 운명이었다.

그 문학적 고리를 가장 잘 설명해준 것이 이번 무용극의 프롤로그였다.

가녀린 해금선율과 동작이 크지 않은 춤으로 간결하게 묘사된 프롤로그는 심청의 탄생과 곽씨부인의 죽음이 병렬배치 됨으로써 자신의 몸으로 어미의 죽음에 보답해야 하는 아이의 운명을 예고한다.

이 장면은 어린 청을 보내는 아비의 애절한 한으로 표현된 에필로그와 오버랩되는데 이는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우리 삶의 여정과 이 작품의 종교적 토대가 되고 있는 불교의 윤회사상을 암시한다.

심청가의 백미는 부녀상봉과 심봉사 눈뜨는 대목일 것이다.

이 대목을 장기로 갖고 있는 중견 소리꾼 윤진철은 이날 도창에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황용천의 춤과 어울렸다.

감동적인 부녀상봉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이 대목에 대한 안무와 연출에 허를 찔린 셈이다.

장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것이나 세트와 출연자가 부딪치는 실수, 군무의 일체감이 떨어지는 것 등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흠을 잡기 보다는 공을 높이 사야 할 작품이다.

무용극 ‘청의 눈물’은 완벽한 창작초연이라는 미덕이 크다.

상근무용수를 둘 수 없는 열악한 민간무용단이 새로운 음악을 의뢰하고 이 음악을 연주할 연주자를 조직하여 생음악으로 연주하는 것이나, 판소리 도창과 합창 여기에 새로운 춤을 안무하고 연습하여 무대에 올리는 일은 대단히 지난한 작업이다.

제작비 부담도 크고 여러 장르의 협연에 따른 조직과 조율이 만만치 않다.

판소리와 춤의 만남은 1인 예술 판소리의 고단한 연행을 극복하고 난해하기 일쑤인 춤의 서사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였다.

특히 광주에서 전주를 오가며 연습에 참여한 도창 윤진철이나 혼신을 다해 열연한 심봉사역의 황용천 등은 이번 무용극이 판소리 다섯 바탕을 춤으로 풀어낸다는 당초 의도에 합당한 결과를 끌어내는데 일조했다.

재공연으로 내공을 길러야 더 나은 창작을 만들 수 있다.

이 작품이 숙성과 단련 과정을 거쳐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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