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소리 명창명가’ 화두는 ‘심청가’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가장 비극성이 강조된 소리, 그 연유로 여창들이 선호한다는 ‘심청가’가 1~3일 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을 한바탕 비극의 바다로 빠뜨린다.

첫날 문을 여는 주자는 이일주 명창일가. 동초 김연수의 바디를 잇고 있는 동초제 소리가 무대의 중심을 이룬다.

이 명창의 소리 가족력은 대단하다.

서편제의 대가 이날치가 증조부이고, 부친 이기중 역시 한 시대를 소리꾼으로 풍미했던 인물. 일찍부터 딸에게 소리를 가르쳤으며 박초월·김소희 문하를 거치게 한 뒤 오정숙에 사사하기 이른다.

이로써 동초제 전수자가 된 것.1979년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장원을 차지하면서 명창 반열에 올랐고, 도 무형문화재 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가 됐다.

뱃속으로부터 나오는 통성과 단단하고 힘차고 거치 소리가 특징적. 이 명창 외에도 이미 명창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아 벌쭉한 일가를 자랑한다.

다음날 바통을 잇는 이는 정순임 명창. 서편제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박동실제 심청가’가 선보인다.

서편제 소리는 기교와 수식으로 소리를 만드는 창법이 특징. 정 명창은 박동실~장월중선을 잇는 소리계보를 지키고 있으며 시김새가 치밀하고 화사한데다 계면조를 잘 풀어낸다는 평가다.

장월중선의 딸인 정 명창은 아홉 살 때부터 모친에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임춘앵여성국극단, 김연수창극단 등에서 활동했던 인물. 열네살때 도창을 했을 정도로 소리 공력이 뛰어났던 그는 1985년 남도예술제 판소리부 대상을 수상하면서 명창으로 등극했다.

1986년 첫 완창무대를 가진 이래 18회라는 적잖은 기록을 갖고 있으며 현재 경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34호 보유자로 있다.

마무리는 강산제 대표 소리꾼인 성창순 명창이 나선다.

박유전 바디로 정제근 정응민 정권진 성우향 조상현 성창순으로 이어지는 소리로 서편제와는 또 다른 계면조 소리다.

심청가를 특히 잘 불렀다는 박유전 명창이 원전. 진양조 장단을 급히 몰아가는 ‘세마치 장단’과 중중모리 장단을 사용하는 등 특유한 창법을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성 명창의 일가도 이 명창에 빠지지 않는다.

광주출신의 명고수 성원목씨가 부친.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소리를 배운 그는 김연수창극단을 거쳐 박초월 김소희 공기남 정응민 박녹주에 사사했다.

제4회 전주대사습놀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명창으로 활약하기 시작했으며 서화 등 예능에 빼어난 기능을 발휘해오기도 했다.

현재 대한전통예술보존회 이사장으로도 활동중이다.

삼색삼창의 ‘심청가’를 만날 수 있는 자리. 대물림의 현장에 다름아니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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