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28일 공연됐던소리축제 개막 초청작인 창작오페라 ‘흥부와 놀부’는 ‘오페라가 어렵고 지루한 것’이라는 기존 편견을 확실하게 불식시켜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대개 창작 오페라들이 거대한 역사적 담론과 주인공들의 영웅적 행동으로 지나치게 엄숙하고 무거웠던 게 사실. 그러나 청중을 계도하려 들거나 훈계를 늘어놓아 지루하게 할 권리는 없는 법. ‘흥부와 놀부’는 이런 고정관념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1990년대 이후  ‘지하철 1호선’ ‘난타’ ‘우동 한 그릇’ 등 베스트와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공연물의 성공신화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이 작품들이 ‘예술적 완성도’는 기본이고 인간애·세대공감·이심전심(以心傳心)·일상성·역사의식 등 5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작품들 대부분 소재가 지위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서민들의 이야기였음도 주목할 만 했다.

오페라가 본디 서양 것이라 대중의 낯가림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았지만  ‘흥부와 놀부’는 청중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그 배경은 비록 서양창법과 서양악기로 연주하나 표현의 중심에 토착적 정서가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수들이 입담 좋게 전라도 사투리로 대사를 처리하는 부분이나 판소리가 도창의 형식으로 절묘하게 서양악기와 어우러지고, 무엇보다 누구나 줄거리를 아는 전래동화라는 점이 오페라의 낯섦을 희석시켜주는 좋은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다.

다섯번째 작품이라는 쉽지 않은 기록을 축적한 작곡가의 역량도 완숙의 경지를 보여주었고, 캐릭터를 음악적으로 잘 포착해 연기해준 가수들의 기량도 눈에 띄었다.

특히 작곡가의 노련한 관현악법은 브리지 음악에서 현실감과 생동감을 유감없이 잘 드러내 줌으로 성공신화를 기록할 수 있었다.

아무리 완벽해도 옥의 티가 없을 수 없는 법. 피날레 부분의 마당쇠 애드립은 다소 지나친 감이 없잖았다.

청중을 너무 오래 세워놓아 효과가 반감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오페라 ‘흥부와 놀부’는 대박 낼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은 확인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2시간 20분이라는, 공연치고 다소 긴 시간에도 지루하지 않았음은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닌가. 한번으로는 못내 아쉽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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