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스 길

주민이 노래하니 마을이 춤을 추네  

-“주민이 만들고 주민도 재미있어야 진짜 축제”

-5개 마을입구 코스모스 길 가꿔 지역축제 마련

- ‘농촌개발사업’ 신청이후 지역 공동체 되살아나

-설명회-견학 통해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 공감    

 

이농, 고령화, 빈집… 농업이 천대를 받으면서 지역농촌이 해체되고 있다.

살기 팍팍한 동네가 된 지역농촌에는 희망이 없는 걸까. 지역농촌을 둘러싼 경제사회 환경이 변했으니 정책이 변해야 한다.

사람도 변해야 한다.

행정주도의 농업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 해결책의 하나로 등장 한 것이 주민주도 상향식 사업이다.

하지만 상향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주민사업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공동체성 회복이 전제돼야 되고 민주적 리더십의 부재, 토론과 학습 그리고 합의경험의 부족 등등 성공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도 많다.

지역농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육성하고 활용하기위한 여러 사업이 우리 지역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 축제 행사장.
 

 ▲ 순창 금과 서암골

지난달 27일 순창 금과면 5개 마을주민이 모여 작은 축제를 열었다.

‘제1회 서암골 코스모스 축제’다.

각 마을 주민들이 경비를 걷고 바쁜 농사일 틈틈이 시간을 내서 4km에 걸친 멋진 코스모스 길을 가꾸어 주민과 외지인들이 함께하는 지역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산골 작은 마을에서 어떻게 지역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공동체의 힘이다.

5개 마을 주민들 모두가 내일처럼 행사준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지역발전에 대한 염원이 하나로 모여졌기 때문이다.

▲ 회의 모습.

호치, 장장, 일목, 이목, 계전 등 5개 마을 주민들이 서암권농촌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한 것이 3월. 농사짓기엔 천혜의 환경이지만 모든 농촌이 그렇듯 사람이 떠나가 날로 쇠락해가는 여느 농촌과 다름없던 서암골에 농림수산부의 농촌개발사업은 희망을 향한 돌파구나 다름없었다.

주민들은 마을별로 농촌개발사업을 놓고 회의를 통해 참여를 결정하고 추진위를 만들었다.

“물론 처음엔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더러 있었죠. 그냥 정부에서 사업비 내주고 행정과 기업에서 마무리 짓는 게 이제까지 정부사업의 모범답안 아니었습니까. 김진상 추진위원장은 “생소한 사업을 시작하는데 반대 의견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그래도 지금은 반대했던 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한다.

처음 반대 주민이 있었던 이유로 근대화 과정에서 농촌마을의 최고 가치였던 ‘마을 공동체성’의 상실을 꼽는다.

▲ 코스모스길 가꾸기.

자기 생업 외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와 ‘잘될까’ 하는 의구심이 섞여 일부 주민이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6월부터 전문가를 초청,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진안 능길 마을과 경남 남해 다랭이 마을 등 선진지 시찰을 통해 사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부분 축제가 외지인들에게만 맞춰져 있는데 반해 코스모스 축제는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진행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주민들은 옛날 전통을 살린 마을대항 윷놀이, 걷기 대회 등을 마련,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호치마을 설기호씨는 “축제라고 하면 외지인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즐거워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주민들이 재미있게 노는 것, 그 자체가 바로 지역축제의 진정한 경쟁력 아니겠냐고 강조한다.

주민들이 이번 축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은 비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바로 자신들의 힘으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데서 나온다.

공동체성의 회복이 거창한 일임이 분명하지만 회복의 첫걸음은 이렇듯 작은 지역축제의 완성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지역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모든 주민이 공유하고 소통하는 가운데 치러진 서암골 코스모스 축제가 마을 공동체성 회복에 매우 큰 의미를 지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김문성 면장과 김진상위원장.

▲ 김진상 위원장-김문성 면장 인터뷰

“교육을 받는다는 일 자체가 따분한 일이지만 이제는 꼭 필요한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마을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화 시키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김진상 위원장은 지역재단 리더교육을 통해 배운 것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내발적 발전론’에 근거한 지역역량 강화는 모든 지역 농촌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문성 면장도 “코스모스 축제의 경우 행정에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주민들이 보여준 협동정신에 처음 기대했던 이상으로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지역축제라고 하면 행정은 뒤에서 그림자처럼 도와주고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치르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며 코스모스 축제 사례를 다른 지역축제에서 많이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올 행사는 준비 단계에서 외지에서 오는 도시민들이 옛 고향의 푸근한 정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몄다”며 방문객들에게 내년에도 코스모스 축제를 찾아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 월운마을

  ▲ 진안 그린 빌리지 사업

풀뿌리 마을이 살아야 지역농촌이 회생한다면 마을 공동체의 회복은 지역발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올해 처음 시행된 진안군 그린 빌리지 사업은 마을환경개선과정에서 주민 공동체성 회복을 목표로 삼았다.

으례 행정사업이 선정에서부터 집행까지 행정주도로 이루어지는 반면 그린 빌리지사업은 대상지 선정부터 철저히 주민의 참여도를 반영했다.

마을내 영향력있는 몇몇 사람의 독단을 방지위해 사업 참여 의사가 있는 마을은 반드시 주민 50% 이상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회의록을 신청서와 같이 제출토록 했다.

마을 회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사업 참여의 필요성과 방향을 공감토록 한 것이다.

또한 행정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신청서와 사업계획서 작성과정에서 주민들은 마을 공동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마을은 진안군으로부터 150만원의 사업비를 먼저 지원 받았다.

▲ 판치마을

지원 받은 주민들은 마을회의를 통해 마을 어느 곳을 먼저 환경개선을 해야 하는지 누가, 어떻게 참여 할 것인지가 자연스럽게 논의 됐다.

농사 ‘두레’가 사라진 농촌마을에 환경개선 ‘두레’가 생겨난 것이다.

특히 이과정에서 연장리의 경우 7개 마을 지도자들이 모여 2차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하는 파급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린 빌리지는 주민공동사업 추진 과정에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됐던 낮은 주민 참여, 민주적 토론과 합의 부족 등을 어느 정도 보완 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래서 그린 빌리지 사업은 진안군 마을만들기 사업의 기초마을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린 빌리지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한 마을은 ‘참살기 좋은 마을’로 편입된다.

여기를 거쳐 으뜸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산촌생태마을 등 좀 더 규모가 큰 마을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린빌리지 사업은 이런 의미에서 지역발전을 담보하는 작은 불씨가 되는 것이다.

/이병재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