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 경영의 기본이었다.

과거 농본사회에서 물과 산, 바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백성들이 큰 화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전통사회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다.

산업사회에서 또다른 변혁를 꿈꾸는 현대사회가 모든 삶의 근원을 인간중심으로 바꿔가면서 ‘복고풍’이 새로운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위주의 친환경 자연도시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전주시 최대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도 바로 친환경 생태도시 복원이다.

노송천 복원이 대표적이며 각종 사업을 추진할 때 바람길, 물길, 하늘길을 보존해 미래 천년을 먹고 살 관광, 생태도시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친환경 자연생태도시 복원 전주 구도심 한가운데로 물이 흐른다.

삼천과 전주천 보다 더 깊은 곳에서 시냇물이 내려간다.

졸졸졸 시냇물 소리에 맑은 새소리까지, 그리고 한없이 행복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을 듯하다.

지난 달 22일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제로 한 노송천 복원사업 기공식이 전주 한 중심인 중앙시장에서 열렸다.

구도심 한가운데에 물길을 다시 살린다는 계획으로 전체 3.4㎞ 구간에 달한다.

군경묘지~풍남초등학교~시청 노송광장~중앙시장~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정해진 코스로, 시외버스터미널 앞 건산천으로 흘러 전주천과 합류하게 된다.

1단계 사업은 코아백화점 앞에서 한국은행까지 700m 구간으로 오는 2010년까지 269억원을 투입, 마무리한다.

개발시대인 지난 1960~1970년대 덮어씌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걷어내는 작업으로, 폭 5.7~12.6m, 깊이 2.5~4m의 제법 큰 하천을 만든다.

개울 양쪽에 산책로를 조성하고 자연석으로 쌓은 호안 바깥쪽에는 폭 4~6m의 도로를 양편으로 개설한다.

개울에는 물고기와 곤충이 서식하고 창포, 부들 등의 수생식물도 심어 생태하천을 만든다.

한국농촌공사 및 아중리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아중천을 사용키로 했으며 갈수기에도 20㎝의 수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곳곳에 여울, 분수, 쌈지공원, 조형물 등을 설치하고 징검다리, 자연형 교량, 아간경관 조명도 시설하며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복원의 목적은 환경하천, 역사하천, 문화하천, 안전하천 등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전통문화와 자연생태가 살아 숨쉬는 가장 한국적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제2의 청계천 신화가 전주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식 시 생태복원과장은 노송천의 가치를 한국적, 인간적 측면으로 축약한다.

“자연의 물길을 열고 시민의 마음을 열어 전주의 자존심을 세우는 한편, 미래 천년의 자신감으로 통하는 첫 걸음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가장 한국적 도시의 특색을 갖춘 가장 독특한 아트폴리스로 구도심 활성화에 기여하겠습니다.

” ▲시원한 전주, 살맛 나는 도시언젠가부터 전주는 전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는 오명을 얻었다.

한여름에도 요즘 같은 초가을에도 전주의 온도는 대구의 수성을 제치고 평균 1-2℃가 높게 나타나 시민들의 짜증이 깊어진 지 오래다.

지구온난화가 및 열섬현상이 가중되면서 전주시는 2050년까지 탄소 30% 감축에 올인하고 있다.

35사단 이전부지, 혁신도시, 만성복합타운 등은 녹지비율을 최대화해 친 자연형 공동주택을 건축한다.

이 같은 사업의 중심에 노송천 복원이 존재하며 그 밑바닥에 300만 그루 나무심기 등 녹색친화도시 건설 정책이 내재된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미 오래 전부터 전주시는 지구 기후변화에 대응한 선견지명(先見知明)이 있었던 셈이다.

전주가 무더워진 이유를 전문가들은 삼천, 전주천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가 형성된데서 찾고 있다.

이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인해 안과 밖의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나 전주지형은 동·서·남 방향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북쪽만 트인 분지형으로 가뜩이나 도심의 건축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아파트 층수를 강하게 규제하고 아파트 형태도 판상형에서 탑상형으로 바꿔 바람길을 만들고 있다.

전주시의회 김상휘 의원은 열섬저감 및 바람길 확보 대책으로 △자연생태축 확보 △소류지 및 하천 수량 확보 △가로수 및 옥상 화분 식재 △콘크리트 바닥 제거 △단독주택 담장 없애기 등을 주장했다.

전주시가 추진중인 기본경관계획에 따르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연경관지구 외에 역사 및 특별경관지구를 신설, 경관관리를 체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부신시가지 및 법조타운 일대 황방산, 천잠봉 지역을 고도지구로 지정해 난개발 방지와 양호한 자연환경을 유지할 것을 제시했다.

개발이 예정된 월드컵경기장, 35사단 이전지역, 한옥마을, 풍남문, 컨벤션센터, 모악산, 하천변 재개발 예정지 등은 특정경관지구로 지정,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경관계획의 기본 내용은 자연환경과의 조화, 건축물 높이 제한, 스카이라인 등을 고려한 것으로, 조망축 및 통경축 바람길 등을 확보한 건축물 구성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전주의제21 신진철 사무국장 천년전주 혈맥잇기, 노송천 복원사업지난 22일, 40여 년간 어두운 하수구에 다름 아니던 노송천의 복원사업 기공식이 열렸다.

송하진 전주시장과 중앙시장 상가 주민들을 비롯하여 참석한 많은 이들의 바람처럼 구도심의 활성화와 생태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노송천 복원은 가깝게는 날로 공동화 되어가는 중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고, 지구온난화와 도시열섬 현상으로 인한 더위를 감소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천년고도의 역사·문화적 자존심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뭇 기대가 크다.

후백제 왕궁터가 있는 기린봉 서북쪽 사면을 타고 시작한 노송천의 물줄기는 군경묘지 옆 낙수정을 끼고 흘러 시청광장과 중앙시장을 가로지르고 다시 건산천과 합류해서 전주천으로 이어진다.

실로 천년고도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 온 역사적 의미를 가진 물줄기이지만, 상류계곡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복개된 상태여서, 이 곳이 하천이었는지 조차 기억하기 쉽지 않다.

이미 전주시는 2000년대 초 전주천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을 통해 쉬리가 살고, 수달과 원앙도 찾는 쾌거를 일구어 내었다.

이어 삼천과 만경강사업이 추진 중이고, 지난 해에는 덕진보를 철거하고 옛 물길을 복원하기도 했다.

물길을 다시 잇고, 그 물길에 맑은 물을 흘려 새 생명과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은 생태도시로서 전주의 잠재력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하다.

흔히, 도시의 하천은 사람의 핏줄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송천 사업은 천년전주의 혈맥을 잇는 사업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주천이나 노송천 복원사업이 지역 주민들과의 협치를 통해 추진되었다는 점은 빠뜨려서는 안 될 중요한 덕목이다.

전주의 새로운 미래 천년은 도시의 물길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마음도 함께 이어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한민희기자 사진=이상근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