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면 날자 밑에 특별한 기념일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전북본부 유역관리팀 김대일 과장


식목일, 현충일, 광복절 등 우리 민족의 애환이 섞인 날도 있고 식목일, 어린이날처럼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을 지정한 날도 있다.

으레 나는 습관처럼 달력에 빨간 날을 쳐다보며 그 날이 무슨 날인가를 한 번쯤은 꼭 생각해 본다.

물론 싸이렌이 울리고 묵념을 꼭 하지는 않더라도 아이들에게 그 날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것은 나의 몫이다.

오늘은 우리민족의 얼과 혼을 제정한 한글날이다.

그러나 이맘때쯤이면 아이들에게 이 날의 의미를 알려준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숙제다.

우리말의 80% 이상이 외래어와 어려운 법률용어로 범람하며 무수한 인터넷 바다 속에는 익숙하지 않은 채팅용어들이 활개를 친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알지도 못하는 언어들을 또래아이들은 자기 세대만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사용하며 접근을 차단한다.

참으로 외래어로 어지러운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이다.

그 중에서도 일본말이 으뜸이다.

우리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다시, 닭도리탕, 사비, 아나고, 모찌, 사라 등 모두 그렇다.

이중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말 인줄 모르고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알더라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들이 외래어 및 용어들을 하나씩 정립해 나가면 어떨까?“다시”는 멸치 다시마 조개 따위를 넣어 끓인 국물로 우리말로는 ‘맛국물’, ‘닭도리탕’도 사람들이 깊은 생각 없이 그저 쓰는 일본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도리는 새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화투놀이에 고도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다섯+새라는 뜻의 일본말이 듯이 닭도리탕은 우리말에 일본말을 뒤섞은 어색한 말이니 닭볶음탕이나 닭복음으로 불리우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생선회 쪽에서는 특히 일본말이 많은데 사시미는 생선회, 와사비는 고추냉이, 아나고는 붕장어, 사라는 접시로 바꾸어 부르면 된다.

뎀뿌라 와리바시 요지 따위를 튀김 젓가락 이쑤시개로 바꾸었듯이, 이들 일본말도 우리들은 충분히 바꾸어 부를 수 있다.

많은 관심과 개개인의 언어 순화노력이 절실한 순간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언어생활 속에 일본어투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범 정부차원의 정책과 함께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도 쉬운 말로 바꾸는 노력 등이 많이 이루어 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도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수돗물 공급 및 다목적댐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최상의 물 전문 서비스 기업으로, 믿고 마실 수 있는 생명의 물 생산뿐만 아니라 기업적인 차원에서 혹은 회사 내 연구동호회 모임에서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나 용어들을 지속적으로 순화하고 있으며 조금씩 그 결실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실례로 댐을 건설하면서 불가피하게 고향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을 ‘수몰민’이라고 사용하던 것을 사내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댐 이주민’으로 바꾸어 사용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댐 상류 유역에 널려 있다가 홍수 때 저수지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각종 낙엽이나 생활 쓰레기를 “부유쓰레기”, “생활쓰레기”등으로 사용함으로써 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므로 “부유물”로 고쳐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댐으로 유입되는 부유물 중 90%이상이 초목류 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쓰는 쓰레기라는 용어와는 맞지 않다는 시민들의 공감대를 확인하였고 두 번째 용어순화의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말과 글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후대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럼이 없는 자신있는 부모가 되도록 가정에서라도 올바른 국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자! 또한 정부도 언어사용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과 정책을 내 놓아 글로벌 시대에 앞장서는 언어가 되도록 해야 하겠다.

우리 스스로 우리글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한글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한글날에 우리의 얼과 숨결을 가지고 있는 국어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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