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를 대파한 허정무호가 중동의 모래바람까지 뚫을까?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UAE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에서 모처럼 집중력을 선보이며 4-1로 승리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북한과 UAE를 상대한 한국은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의 성패를 가늠할 '중동원정 2연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중동 2연전 결과에 따라 남아공행 티켓 여부가 가시화된다.

상대는 중동축구의 양대 산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는 11월 19일 리야드에서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르며, 내년 2월 11일에는 테헤란에서 이란과 4차전을 벌인다.

'중동의 브라질'로 불리울 정도로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는 사우디에 한국은 19년 동안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한국은 지난 19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사우디에 2-0으로 승리한 뒤 여지껏 단 한번도 승리를 얻지 못했다.

역대전적에서도 3승6무5패를 기록, 최종예선 B조에 참가한 4개 팀 중 유일하게 한국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

팀의 중심으로는 야세르 알 카타니(알 힐랄), 마렉 무아즈(알 알리) 등이 활약하고 있으며, 선수 대부분이 국내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강한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실력을 키워왔다.

사우디와 다르게 힘의 축구를 구사하는 이란은 지난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에 2-6의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진 팀이다.

자바드 네쿠남(오사수나), 메디 마다비키아(프랑크푸르트) 등 해외파를 다수 보유한 이란과의 역대전적에서는 8승5무8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해발 1600m에 위치한 테헤란의 수용규모 10만명인 아자디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악명높은 이란 원정길에서 1무2패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UAE전 승리로 사우디, 이란과 1승1무 승점 4점으로 균형을 맞춘 한국은 이들과의 2연전에서 최소 2무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 확보의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이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안방불패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점은 허정무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1패를 안게 될 경우 막판까지 사우디, 이란과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피말리는 순위 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조 3위로 밀려나 A조 3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오세아니아 대표와 0.5장의 티켓을 다투는 극한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허 감독은 북한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선보인 UAE전 출전 선수 대부분을 오는 사우디전에 포함시킨 뒤 4-4-2 포메이션을 앞세울 전망이며, 이를 통해 조직력 및 전술 완성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팀을 운영할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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