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이 가신 지 8년. 미당 서정주의 대표작 해설은 물론 그의 문학적 삶을 웅숭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평전이 나와 관심을 끈다.

미당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온 송하선씨(70·우석대 명예교수)가 최근 미당평전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푸른사상 刊)’를 내놓은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발간하게 된 것은 생전 미당과의 인연에 보답하기 위한 데서 출발한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서정주 예술언어’를 이미 선보인 바 있으며 고희에 접어든 그가 다시 미당을 들고 나온 것은 마지막 결정판인 셈이다.

그런 연유인지 이 책에는 저자의 선생에 대한 애정이 잔뜩 배어있다.

담론형식으로 그를 대변해주는 글이라든가 시기별로 접근하면서 독자들에게 꼼꼼히 그의 인생을 소개하는 것 등은 감히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정도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담론 형식의 글’이다.

작가가 글 뒤에 숨는 소설적 기법보다 글의 전면에 나서는 ‘담론 형식의 기술’이 유익하다는 생각에서 이 방식을 채택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담론형식을 취한 것은 ‘미당의 친일시 문제’나 ‘종천순일파’라는 말의 내력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보다 확신있게 주장하고 싶은 때문이다.

자칫 어물어물 숨어버릴 경우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의식했다.

” 또한 독자들이 일목요연하게 미당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용성은 시기별로 접근했음에 기인한다.

저자는 20대 문학청년기부터 ‘80소년 떠돌이의 시’에 이르기까지 미당의 시력 60여년을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은 채 꼼꼼히 탐색한다.

이에 대해 그는 “미당의 시정신 변화과정을 진단하기 위해선 공자가 말했던 ‘인간정신 발전과정’ 논리가 좋은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비단 그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잖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미당의 대표작 해설’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감성적이고 대중적으로 풀이해 미당의 시적 미학을 한껏 승화시켰음은 물론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미당담론에 대한 담론’. 이는 미당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그의 삶과 문학을 균형있게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시적 아버지를 배반한 그의 반인륜적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재수록했다”고 고백했다.

누군들 털어 먼지 안나는 사람 있으랴마는 비판까지도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주목한 부분은 평론가들이 내놓은 미당 연구서들. 이를 마무리용으로 실으며 독자들에 비교를 주문한다.

이는 그가 미당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는 점을 확인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을 내면서 감회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미당과의 인연이다.

그가 써주신 첫 시집 서문으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게 됐고, 그 후 미당과의 인연은 소홀찮게 이어졌다.

이후 단 한번도 그를 배반한 적이 없으니 대단한 인연 아닌가.” ‘친일시’ 등으로 부정적 여론이 일 때도 강단에서 매스컴에서 줄곧 미당 문학을 얘기했을 정도로 저자가 보인 미당에 대한 사랑은 지극하다.

이 책으로 인해 그는 다시 한번 미당을 이 시대에 부활시키고 있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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