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축제는 물론 마을단위에서 행해지는 행사들이 지역성이나 역사성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우후죽순으로 이뤄지고 있어 민속원형 훼손이 심각한 상태로 드러났다.

전북문화원연합회(회장 이복웅)가 27일 마련한 ‘전북의 민속문화 보존방안’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이벤트업체에 편승한 민속행사들이 정체불명상태에서 행해짐으로 전승력이나 자생력을 갖지 않은 일시적인 쇼로 끝나는데다 예산낭비마저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화섭 교수(전주대)는 “축제마다 어김없이 행해지는 민속행사가 배경이나 역사성을 무시한 채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이런 현상들이 마을단위까지 침투된다는 점에서 몹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최근 지평선축제를 찾았다가 남근목에 제사 지내는 것 보고 황당했다”면서 “지평선축제는 농업의 대표축제고 벽골제를 염두에 두고 시작했음에도 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일을 하는지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송 교수는 이어 “‘달집태우기’는 산간지대를 중심으로 한 ‘좌도권’ 정월대보름 풍속임에도 부안 해넘이축제에서 행해지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현상들은 민속진흥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오히려 민속원형을 파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일갈했다.

송 교수는 또 “추령장승축제도 일개 개인이 벌이는 행사를 마치 오래 전부터 역사성이 있는 것처럼 호도돼 있다”면서 “이로 인해 민속 원형에 대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목청을 돋웠다.

송 교수는 더불어 “정책적으로 민속문화를 보존하려는 의지나 정책은 없었다”면서 “고고학발굴엔 수천억원을 퍼부어도 민속은 미신타파 대상으로 삼은 채 외면하고 무시해왔다”고 덧붙였다.

민속학자인 박순호씨(원광대 명예교수)도 “민속이란 지역적 특성과 환경, 문화가 어우러진 문화적 생명성으로 잉태되는 것”이라면서 “문화적 연대나 전통, 지역적 특성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행사들은 전통문화가 살아 내려가는 것 같지만 결코 생명력을 담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민속’에 대한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지자체 관심과 함께 문화원의 향후 역할 강화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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