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배수필가
 
학창시절 나는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에 매료된 적이 있다. 전공이 서로 달라도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은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독창적 예술세계의 창조를 위하여 지향해야 할 바로 예술가의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나는 자신을 채찍질하고 격려하고 고무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슘페터의 기업가정신을 되새기곤 한다.

첫째로 나는 나 나름의 왕국, 나 나름의 왕조를 건설할 꿈과 의지가 있다.

그 다음으로 나에게는 정복하려는 의지, 다시 말하면 나 자신을 타인보다 나은 존재로 만들며 성공의 열매가 아니라 성공 그 자체를 위하여 싸우고 노력하려는 충동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는 창조하는 즐거움, 일을 끝내는 즐거움, 단순히 나 자신의 정력과 독창성을 행사하는 즐거움을 가지려고 한다.

세상 그 무슨 직업에 종사하든 모든 직업인이 취해야 할 정신은 바로 슘페터가 말하는 기업가정신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예술가와 학자가 지향하는 정신자세를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이라고 보았지만, 그 자신은 이미 기업가로의 자세를 초월하여 예술가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같은 천하의 명언을 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와서 나는 더욱 더 모든 기업가는 예술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가가 독창성을 발휘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기업가는 없는 것을 있도록 창조하는데 독창성을 행사하며, 보다 아름답고 보다 편리하고, 보다 오래 가는 상품이라는 생활예술품을 만들되, 마치 자신의 이상적 세계를 창조하듯이 무와 불편과 불미(不美)를 정복해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공의 열매를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독창성을 행사하는 즐거움을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무슨 직업이든 정상에 오르면 그 나름의 예술세계를 창조하는 남다른 예술 감각과 철학을 가진 직업인으로 그는 존경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건설 분야의 각 공종 중 하나인 목수나 미장이의 직업을 낮추어 보지만 그가 일류 미장이라면 진정 자기직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최고의 목수나 미장이 기술을 발휘하는 그는 위대한 예술가나 철학자보다 오히려 더 위대하며 소중한 직업인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진정 필요로 하고 존경해야 할 사람은 이렇게 소신 있게 독창성을 행사하는 일류 미장이의 예술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오래전 TV에서 방영됐던 야망의 25시를 보았을 때 내가 느낀 것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른 기업가들의 생활이었다.

남보다 인생을 더 고통스럽게 고통을 달게 고통을 추구하면서 살려는 불굴의 정신이었다.
그런 정신이야말로 바로 예술가의 장인 기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이상적으로 그려마지 않는 기업가의 이미지가 나의 생활주변에서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 때도 있다.

불만스러운 상품에서는 - 모든 상품이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기업가가 예술가의 자세로 작품을 창조하듯이 좀 더 우아하고 편리하고 견고한 상품을 공들여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이윤만 챙긴다고 오해하여 이유 없이 적개심과 시기의 대상으로서 기업가를 보는 우리의 편견을 수정해 주었으면......

기업가의 예술적 감각과 정신자세가 제대로 이해받고 평가받아 존경의 대상으로서 기업가의 참된 이미지를 부여받게 되고, 그런 사회적 풍토도 아울러 하루빨리 성숙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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