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쌈지 공원은 지금 가을잔치가 한창이다.

산수유는 노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봄 마중에 들뜬 마을 사람들에게 노란 향기를 선물하더니 어느새 빨간 열매, 앙증맞은 손길로 메마른 도심을 어루만지시느라 한창 분주하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심에 감나무라니! 감꽃 무시로 피어 꿈 많은 사람들에게 감꽃목걸이며 감꽃팔찌를 만들어 주던 감나무! 그 여린 감성이 어느새 가지마다 빨갛게 빛나는 꼬마등불을 달고서 휘황하게 빛나는 가로등에 맞서 계절을 설교하시느라 한창 분주하시다.

모과나무라고 해서 어찌 바쁘지 않겠는가? 뒤틀린 제 육신, 몸뚱이 하나 건사하기도 벅찼을 텐데 무슨 사연 그리 많아 무거운 열매 훈장처럼 달고 저처럼 처연하게 서 계실까? 모과나무 하시는 말씀 전혀 모를 일만은 아니다.

과일가게 망신시키는 처지일망정 그래도 금싸라기 터 쌈지공원에 몸을 세워주신 마음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이 도심 쌈지공원에 모과나무 식구를 맞아들인, ‘나무심은 사람’은 시인임에 틀림없다.

과실을 거두기보다는 시심을 거두려 했으니 시인이 아니고 무엇이랴! 하여 ‘나무심은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말씀 한 열매 없으랴! 목하 모과나무는 뜨거운 감사를 무겁게 달고서 저처럼 계절의 길목을 지키시느라 한창 분주하시다.

봄날 꽃보라 흩날리며 봄을 노래하느라 분주하던 벚꽃나무는 가을이 되자 꽃보다 아름다운 빨간 나뭇잎에 편지를 쓰느라 한창 분주하시고, 파란 손길로 신록의 얼굴을 단장하던 단풍나무는 제철을 만났듯이 연지곤지 찍느라 한창 분주하시다.

열매는 열매대로, 이파리는 이파리대로 나무들은 지금 도심 쌈지공원에서 가을잔치를 벌이느라 한창 바쁘시다.

“쐐기집 같은 모과나무에/ 가을이 열렸다// 행주치마 속에서 자란/ 연두빛 꿈이 영글었다// 갯바람 나그네 반기지 않고/ 굽은 가지 곧은 관다발 홀로 자라서// 여기저기 굳은 살 박힌/ 내 어머니의 인생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조미애 ‘모과’전문)”사랑에 목마른 이는 산수유 열매에서 노란 첫사랑을 읽는 가을! 삶에 지친 어느 나그네는 붉게 익은 감을 바라보며 희망을 충전하는 가을! 이제 자신도 어느새 어머니 연치에 이른 어느 여류시인은 모과열매처럼 굴곡 많았던 어머니의 인생을 반추하며 자아를 성찰하는 가을! 지금 대지는 가을 잔치로 분주하시다!이 풍성한 가을잔치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무들은 섭섭하다.

어찌 입으로 먹는 것만이 우리를 배부르게 할 수 있으랴! 입으로 먹는 것 말고, 눈으로 먹지 않고서는 도저히 굶주림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사람들.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배고픈 욕심쟁이들이 있어 나무들은 서운한 것이다.

이들은 산수유나무에 몽둥이질을 해대며 앙증맞은 선물을 떨어내느라 고생한다.

꼬마등불, 아니 희망을 꺼뜨리려 감나무 가지마저 부러뜨리는 가난한 부자들이 있어 감나무는 괴롭다.

상수리나무가로수는 좁쌀심성 욕심쟁이들이 쳐대는 돌멩이질로 가슴이 망가졌다.

아, 가을잔치는 공평하건만, 배고픈 욕심쟁이, 가난한 부자들은 가을잔치를 독식하고야 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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