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잘 쓰기로 소문난 기자였던 ‘최기우(35·최명희문학관 기획실장)’가 어느 날 사표를 내던졌다.

물론 그가 연극판을 오가고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사실에 고개가 주억거려지기도 했고, 한편으론 그의 용기가 가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황량한 문화판에서 버티어낼 그가 염려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던 그가 ‘상봉’으로 전국적인 ‘희곡작가’ 명함을 꿰찬데다, 최근엔 ‘최기우 희곡집 상봉(신아출판사 刊)’도 내놓았다.

이쯤 되면 성공가도를 향해 달리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또 그의 선택이 기우가 아니었음을 입증해주고도 남는 대목이다.

아니 그의 삶은 본래 ‘기자’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도리어 선입견적인 안경으로 들여다봤을 스스로의 부적절함이 더 클 것이다.

어찌됐건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그를 볼 때마다 든든하고 멋지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번 작품집에 담은 희곡은 모두 6편. 2003년 전북연극제와 전국연극제를 휩쓸었던 ‘상봉’을 비롯해 전북연극협회가 박동화 추모 28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작품 ‘가인 박동화’, 정여립의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 ‘정으래비’, ‘신태평천하’, ‘귀싸대기를 쳐라’ ‘여자, 서른’ 등이다.

이 작품들 모두는 그의 삶과 한가지다.

‘상봉’과는 웃었고, ‘정으래비’와는 영웅심리를 탐색하는 계기가 됐고, ‘여자, 서른’은 그의 서른을 돌아보게 했다.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밤샘하던 일이나 교환교수로 간 모 시인 댁의 빈집 살이, 7평 남짓되는 다가동 원룸 등 삶의 편린도 작품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들어있는 셈이다.

소설가로 기자로 활약하던 그가 돌연 희곡을 쓰게 된 이유는 연극을 좋아한다는 점이 고작이었다.

십 수년 연극 마니아였다 해도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일은 낯선 일일 밖에. 그 역시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머뭇거린 게 3년이다.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닌지…. 마음은 여전하다.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고부터 이런저런 핑계만 늘었다.

그만큼 부족해서 일 게다.

그래도 어쩌랴. 모가 나고 패인 곳은 더 열심히 쓰면서 깎고 메워야 하리라.” 희곡집 ‘덧대는 글’에 써놓은 첫머리다.

물론 핵심을 피해놓은데다 일기조여서 도무지 무엇을 머뭇거렸는지 알 수 없으나, 그저 희곡을 시작하면서의 편치 않았을 단상쯤으로 짐작할 뿐이다.

기자 출신답게 그의 작품에는 시사는 물론이고 역사를 꿰뚫어 사색하는 힘이 있다.

거기다 늘 자신을 돌아보는 여백까지 갖춰놓았으니 그가 대성할 것은 시간문제 같다.

“…정여립이란 키워드도 황당한 주장과 그릇된 이미지와 석연치 않은 역사가 있다.

해석의 아노미일까. 생각해보니 얼추 비슷하다.

나는 또한 얼마나 즉흥적이고 직선적이고 과격한가. …오늘 토론과 합의와 합리의 리더를 떠올리며, 작가의 상상이 넘치지 않기를 바란다….” 건강한 글쓰기 노동자를 꿈꾸는 작가. “낯 뜨겁지 않게 사는 삶, 건강한 글쓰기 노동자의 삶을 잊지 않는 것이 다만 ‘사랑’에 줄 수 있는 마음의 무장일 것”이라는 그. 희곡과의 연애로 새롭게 진화하는 그의 진보를 지켜보는 일이 흥미로운 이유들이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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