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금전이 유형적 재산이라면 친구는 무형적 재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유형적 재산인 돈을 버는 데는 신경을 경주하지만 보이지 않는 재산인 친구를 사귀는 데는 그렇듯 신경을 쓰지 않은 경향이 있다.

하긴 돈 많은 갑부가 되면 친구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을 테지만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돈 보다는 친구가 훨씬 귀중하다는 것을 알 때가 있다.

억만금을 가지고 있다 한들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하나 없다면 인생이 사막과도 같을 것이다.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는 돈을 살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대 그리스 최대의 자연철학자로 꼽히는 ‘데모크리토스’는 “단 한사람의 고귀한 친구조차 갖지 못한 사람은 사는 값어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친구의 가치와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F. 베이컨’은 말하기를 ‘친구가 없으면 세계는 황야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의하기도 했다.

  또 ‘헤르데르’는 ‘불행에 직면했을 때 친구를 안다’고 말했다.

모두가 친구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고 있다.

친구에 대한 정의는 이밖에도 많다.

   그러나 정작 살다 보면 친구를 사귀고 진실된 친구를 얻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나보다 친구를 더 생각하는’ 친구를 찾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두가 한 개비 장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20년을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진실된 친구를 얻으려면 그 이상의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야 진득한 친구로 자리를 잡게 되고, 그 가치 또한 커지는 것이다.

  옷은 새 옷이 좋지만 친구는 옛 친구일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또 오래된 친구를 새 친구로 바꾸는 것은 열매를 팔아 꽃을 사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고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사람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알고 싶거든 우선 그 사람의 친구가 누군가를 알아보라는 말이 있듯이 친구의 선택은 중요한 것이다.

   흔히 보면 친구를 잘못 사귀어 말썽을 빚는 일이 있다.

그러고 보면 친구란 잘 사귀면 좋지만 잘못 사귀면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기 쉽다는 것도 알아야 하겠다.

똑똑한 사람에겐 친구가 없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타산적이고 이기적이면 친구로 사귀기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남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야 한다.

남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없다면 결코 자기도 좋은 친구를 얻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속담에 ‘가난할 때의 벗이 참다운 벗’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를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쉬운 것이다.

친구 없이 살기 보다는 죽는 편이 낫다는 말도 있지만 문제는 한 두사람이라도 어떻게 진실된 친구를 사귈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백사람의 허튼 친구보다는 진실된 단 한사람의 친구를 얻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 갈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나 친구로 사귈 수도 없다.

이해 관계없이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고 충고해 줄 수 있는 친구, 자기 일처럼 친구 일을 돌볼 줄 아는 그런 친구를 가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복받은 사람이라고 하겠다.

   애인과 데이트 하는데 들러리로 동반하고 다니는 엑스트라 친구나, 심심풀이를 하기 위한 시한부 친구, 놀러 가기 위한 동반친구보다는 자기를 이해하고 인생을 논하며 어려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참된 친구를 가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

  부모나 애인도 중요하지만 친구 또한 이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각자 역할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은 가장으로서 식솔의 생계를 책임지고, 어머니는 가족들의 뒷바라지에 쉴 틈이 없다.

자녀들은 나름대로 가족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족들에게 흉금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친구는 허물이 없다.

격의 없이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다.

같은 시대를 겪어 온 동반자로서 관계가 무르익을수록 속이 통한다.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이다.

친구의 중요성을 깊이 느낄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허 성 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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