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끝자락에 잘 여문 호박 한 개/ 거실에 옮겨다 놓으니 텃밭이 따라왔다/ 지긋지긋한 허기 채워주던 청빈의 세월, 소리없이 웃고/ 가난한 세월 견디었던 어머니 삶처럼 가뭄과 더위를 견딘 커다란 호박, 거실을 가득 채운다.” 시인 김이숙씨의 시 ‘호박 한 개’다.

거실에 옮겨놓은 호박 때문에 추억이 살아났고 그로부터 어머니의 모습과 가난했지만 아늑한 농촌의 모습까지 그려낸 시다.

김이숙씨의 첫 시집 ‘미륵산’은 이처럼 식물정서가 가득한 시들로 채워진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85편의 시는 전제 4부로 분류돼 독자들을 만난다.

제1부 ‘겨울산행’에는 ‘겨울뜰’·‘감자꽃’·‘능소화’가, 제2부 ‘박꽃’은 ‘무밥’·‘민들레’·‘수련’이, 제3부 ‘목련’에는 ‘안개꽃’·‘코스모스’·‘그리움’이, 제4부 ‘만경강 유감’에는 ‘바람 소리에도’·‘구절초’·‘꽃물’ 등이 페이지를 장식한다.

한 박자 쉬어간다는 마음으로 펜을 잡았다는 김씨는 “이번 시집은 내 삶의 주변 일들과 관련한 일련의 서정적 내용을 담고 있다”며 “그동안 써왔던 작품을 쓰인 순서대로 편집해 수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익산 사랑방신문 이사로 ‘한국시’로 등단해 한국문인협회 익산지부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찬형기자 kch@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