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왕엽한국노총 전북본부 의장
경제가 장기 침체되면서 구조조정 등 잠재했던 노동시장의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노총 전북본부 한왕엽 의장(44)은 현 경제상황을 ‘천재지변’이라 표현했다.

한 의장으로부터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노동시장의 과제와 반성, 또 경제회복의 주체로서 산업전반에 걸친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노총 전북본부 제21대 의장으로 선출된 것을 축하합니다.

어려운 시기, 지역 노동계를 대변하게 돼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각과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올 겨울은 우리 서민 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느 해보다도 춥고 긴 겨울이 될 것입니다.

각 기업 마다 생산량을 감량하고 있고 이로 인한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내년은 노사 모두에게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경제기반이 취약한 지방, 낙후된 전북의 노사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련의 해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전북지역 노사정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경제적인 천재지변이 발생한 만큼 모든 정쟁을 중단해야 합니다.

내년 한 해만큼은 사용자는 구조조정을 자제하고 대기업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며, 자치단체는 지역 기업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하고 저소득층의 겨울나기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 얼마 전 언론 기고를 통해 노동계의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 노동운동에 대한 문제점 지적과 함께 해결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87년 이후 전투적 노동운동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노동자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비정규직 대량양산, 조직률 저하 등 국민대중의 지지를 잃고 개별기업의 이기와 수구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새로운 전환점은 바로 사회 개혁적 노조주의입니다.

기업단위의 임금협상보다는 좀 더 큰 틀을 만들어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주택, 교육, 의료, 환경 등의 개선에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아가야 합니다.”

   == 경제도 거시경제와 미시경제가 있고, 정치에도 중앙정치와 지방정치가 있습니다.

도내 노동환경에 대한 특징 등 나름의 견해와 함께 지부 운영방침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전라북도에 대기업의 사주(오너)들이 없다 보니 사용자 파트너십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요즘 기업유치가 잘 되어가면서 좋아지는 듯 했으나 수도권규제 완화로 인해 어려운 여건입니다.

그동안 모든 경제지표가 하위권 이였던 전북 노동환경의 개선은 오로지 좋은 기업유치에 있고, 이로 인한 기반시설(SOC)확충은 기존 기업의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입니다.

한국노총 전북본부는 전북이 낙후를 벗어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적극 앞장서고자 합니다.”

   == 최근에는 정부와 회사를 상대로 한 일부 노동운동의 경우 시민들은 물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일종의 괴리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예를 들면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 대다수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속칭 ‘귀족노조’층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거나, 비정규직의 어려운 처지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비정규직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양대 노총에 대한 비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비정규직법 개정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정부나 사용자의 전향적 자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이랜드와 같이 비정규직법을 악용하는 사례는 근절돼야 하며, 중소기업의 정규직화에 정부가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이를 전제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껴안기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귀족노조 문제는 기업별 노조의 한계라고 봅니다.

산별노조 건설과 사회개혁적 노조의 지속적 추진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 IMF 이후 최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향후 전망과 함께 노조는 물론, 정부와 자치단체, 기업주들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당부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항상 정책 실패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 노동자와 소외받는 자들의 몫이었습니다.

앞으로 경제위기가 어떻게 언제까지 진행될지 사실 잘 모릅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2~3년 정도 예측 하는데, 정부와 자치단체는 각종 경제지표에 연연한 정책을 자제하고 건강한 경제를 만드는 근본문제 즉 불공정 하도급 관행의 시정, 비정규직 보호를 통해 상시 불안요소를 없애는 등의 일에 전력해야 할 것입니다.

노·사의 화합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상대를 인정하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만들어 나아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 경제상황르 '천재지변'이라 말하는 한왕엽 한국노총 전북본부 의장이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 밝히고 있다.
   # <한왕엽 의장은>   한왕엽 의장은 전주 토박이다.

지난 1988년 전주관광호텔노동조합 위원장에 선출된 뒤 현재까지 7선 재임을 할 만큼 주위 동료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한국노총 전주완주지부 사무국장과 의장, 한국노총 전국 53개 지역지부 대표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전국관광노련 충청호남지역본부 상임고문과 전국관광노련 부의장, 전북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노동계를 대변,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 2004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지난달 29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 대회에 지역 회원 1천300여명과 참석해 노동조합의 미래와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주장했다.

/손성준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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