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숙국회의원(익산을)

며칠 전 아침 신문을 장식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락시장 방문 중 좌판에서 무시레기를 파는 할머니와 찍은 사진이었다. 하루 수입이 고작 2 - 3만원이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린 할머니를 대통령이 위로했다는 소식이다. 일국의 대통령으로 어려운 서민을 어루만지는 모습에 마음 한편이 짠했다. 그런데 같은 신문의 다른 지면에는 종부세 무력화가 어떻고 상속세, 증여세 감세가 어떻고 하는 기사들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이대통령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얼마 전 국회에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강연이 있었다. 여기서 그는 지금의 세계적 경제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과 원인이나 여건에서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만큼 위기의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1930년대식 뉴딜정책에나 어울릴 대운하정책이나 SOC사업을 해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장비가 일을 하는 시대에 이러한 SOC 사업은 고용효과가 미미하므로 유효수요 증대 효과도 미미하다. 이대통령의 토건사업은 지금 이 시대에 뉴딜의 정책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참여정부 시절 서민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경제위기의 원인은 이미 YS정부 때 섣부른 자본ㆍ외환시장 자유화에서 태동된 것이다. 그리고 IMF체제 속에서 주주자본주의 확장과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력이 공고히 되면서 서민경제는 어려워 질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기업은 외국자본의 논리대로 단기이윤을 높이고 배당을 늘리고 주가를 높여야 했다. 이를 위해 손쉬운 비용감소 방법인 고용과 임금의 감소 내지 정체를 택했고 이익금을 투자하기 보다는 기업유보로 남겨두었다.

그 결과 비정규직 비율이 OECD 중 일등인 나라가 되었고 생산적 투자는 줄어들었다.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는 가벼워 졌다. 서민들이 쓸 돈이 없어진 것이다. 이것이 참여정부시절 그 어느 때 보다 수출이 활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중요한 이유다.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수출을 아무리 많이 해도 그 이익이 서민들에게 돌아갈 구조가 아니다. 그러니 생활이 나아질 수도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드라이브 정책만 고집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위적인 환율인상정책을 시도했다가 세계 경제위기와 맞물려 우리 경제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말았지만 설사 수출이 늘어났다 해도 서민경제가 크게 나아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는 이미 우리 사회에 상당히 뿌리를 내려버린 신자유주의의 폐해다. 그럼에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인 금융규제완화, 공기업민영화, 부자들을 위한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원인을 모르니 해법도 틀린 것이다. 유럽은 물론 미국마저도 우리와는 정반대로 금융규제 강화, 금융기업 국유화, 부자에 대한 증세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신자유주의 실패를 경고했던 폴 크루그먼 교수의 해법과 동일한 것이다. 지금 선진국들은 저소득계층에 대한 복지 강화와 서민과 중산층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이전소득의 증대를 통한 소비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반대로 간다.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마저 포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이명박 정부만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신자유주의 이념의 과잉은 실용이나 민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조배숙(민주당 익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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