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의 끝이 보인다.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벽에 달려 있으니 허허롭기만 하다.

 머잖아 그 허허로움을 달래겠다고 여기저기서 잔 부딪치는 일도 많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반갑게 들려오는 소식은 장기간 불황으로 송년회 풍경이 예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제법 신선한 얘기들이다.

고급호텔이나 레스토랑 대신 소규모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로 대신하고 영화를 보거나 가족단위 송년회 경향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직원들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언제부턴가 ‘망년회’라는 말 대신 ‘송년회’라는 표현이 일반화되더니 문화도 부침을 거듭했음은 물론이다.

 ‘송년’이라는 말 역시 망년의 주기(酒氣)가 덜 묻어 있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 없다.

기억에서 지우고픈 일들보다 한 해를 추억하자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온정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연말연시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은 몇 해 전부터 흔하게 접하는데, 이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 아닌가 싶어 적잖이 우려되기도 한다.

쌀이 남아 돌아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현실임에도 아직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도 많고, 난방비가 없어 떨고 있는 독거노인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이럼에도 습관적으로 이뤄지던 연말연시 이웃 돕기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태를 감안하면 아쉽기 짝이 없다.

“달은 옛 달 그대로이지만, 사람은 옛 사람이 아니다”라고 읊었던 당나라 시인 유희이의 절창이 떠오른다.

 해마다 세밑은 다가오지만 이를 맞는 사람은 같지 않다니 더욱 쓸쓸해짐은 물론이다.

또 송년문화가 건전해졌다 하나 이 역시 불우이웃을 생각하면 허허롭기 매한가지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지는 연말연시만이라도 모쪼록 불우이웃에 눈길을 돌리자. 일년 삼백예순날이 다 빠져나간 달력의 허허로움을 사랑으로 채워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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