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제도의 도입은 한국의 법조인 양성과 법학교육에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다. 로스쿨로의 제도전환은 이제까지 법학교육과 법조인선발 및 양성이 법과대학, 법무부, 사법연수원으로 분리되었던 체제가 로스쿨을 통하여 법학교육과 그 양성이 일원화됨으로써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하여 법조인을 양성한다는데 근본적 의의가 있다.
그러면 로스쿨과 지방화는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
참여정부에서의 로스쿨제도는 단순한 법조인양성체제의 개혁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사실은 로스쿨인가대학과 그 정원의 배정현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로스쿨인가 대학은 모두 25개 대학으로, 이 가운데 수도권대학이 15개 대학이며 지방은 대전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역에서 모두 10개 대학이다. 정원 역시 수도권과 지방이 57:43으로, 100명 이상 정원배정을 받은 대학이 수도권 6개 대학, 지방이 4개 대학이며, 개별대학 정원 역시 수도권 대학에 비하여 지방대학에 상대적으로 다수가 배정되었다. 특히 지방거점대학은 심지어 제주대까지(경상대를 제외하고) 인가를 받았다. 이것은 이제까지의 수도권 집중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책적 결단으로써, 결국 로스쿨인가가 참여정부의 핵심적 정책과제인 지방분권화의 큰 틀에서 이루어졌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지방화시대에 있어서 지방거점대학 로스쿨의 역할은 무엇인가?
먼저 지역 인재양성 창구로서의 역할이다. 로스쿨에서 양성되는 인재는 물론 법률가이다. 그러나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법률가는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듯이 단순히 판·검사나 변호사로서만이 아니라 그 활동영역이 다양하다. 로스쿨은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적 요구 및 글로벌시대에 대응한 법률가를 배출하기 위하여 선발과 교육과정에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배출되는 인재는 변호사로서 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방정부에서의 통상과 경제 분야 고위직 공무원으로의 진출은 물론, 날로 격화되는 상거래 및 국제법률분쟁에 대비하기 위하여 기업에서의 이들에 대한 수요도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지방거점국립대학 로스쿨은 이러한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이 지역 인재 풀을 크게 넓혀 나가게 될 것이다.
둘째, 지방화시대에 즉응하는 대학과 지역간 상호연계에서의 역할이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발전은 자치단체와 지역거점대학의 상호연계를 통하여 추진되며 성장하여 나가는 것이다. 대학은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을 계발하고 선도할 책무를 지고 있다. 전북대학교 로스쿨이 동북아법을 특성화영역으로 결정한 것도 그 까닭이다. 즉 전북은 동북아시대를 맞이하여 환황해권거점지역으로서의 정책적 발전전략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거점대학으로서 전북대는 동북아법을 특성화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한 것이다.
셋째, 지역 법률문화 활성화와 법률봉사기능을 통한 사회적 역할이다. 로스쿨은 커리큘럼에서 다양한 실무연수과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사회 각계각층에 대한 법률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극히 제한적으로 선발되던 예전과는 달리 다수의 법률가가 배출되기 때문에 변호사 1인당 인구수를 훨씬 낮추어 무변촌을 해소하게 됨으로써 결국 주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제공을 크게 확대하게 될 것이며, 이제까지 수도권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열악하였던 지역 법률문화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전북대학교 로스쿨은 교육이념에서부터 ‘인류사회에 봉사’하고, 글로벌시대와 지방화시대에 대응하는 ‘글로컬법조인양성’을 목표로 함으로써 이러한 사회적 기능을 선도하고자 하고 있다.
로스쿨의 인가와 교육의 성과를 단순히 개별대학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앞서 말하였듯이 지방균형발전이 인가의 중요요소이었던 사실 및 로스쿨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의 내용에서 분명해진다. 지방화시대에 지역거점대학 로스쿨이 가지는 사회적 책무와 역할은 막중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을 바꾸면 그에 상응하여 로스쿨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 또한 크게 요청됨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백종인(전북대학교 법과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