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 1일 전북경찰청에서는‘사랑의 김치 담그기’ 행사를 실시하여 고랭지에서 구입한 배추 4천 포기를 전 직원이 나서서 사랑과 양념으로 김치를 담아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복지시설 등 400여세대에 김치를 배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김치를 담아 김치 박스를 싣고 나설 때 는 내가 이웃에게 정을 준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함을 안고 나섰지만 배달을 마친 지금 독거노인들의 생활상이 두 눈에 아른거려 착잡한 심정뿐이다.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생활 지도사와 동행하여 전주시내 인후동 지역 독거노인 18세대를 찾아 고지대 주택가 골목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힘들었지만 방문 앞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넘어져 소리조차도 내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는 강 할머니, 빈집인가 싶어 열어보니 깜깜한 쪽방에서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심 할머니, 온기도 전혀 없는 방에서 무료함에 지쳐있는 정 할머니 등 맛있는 김치를 받고서도 고맙다는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노인분 들이 많았다.

달랑 김치 한 박스를 들고 나선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럽고 초라해 보이던지 발길을 돌리기가 어려웠지만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어느 복지시설 표지석이 생각났다.

어느 한 분 숨을 거둬도 발견하기 조차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웃사랑이 몸에 배어있는 주민센터 생활지도사의 사랑의 몸놀림은 나를 감동하게 하였으며 아직은 그래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선생님 경찰이시니까요. 야간 근무하실 때 노인들께 전화라도 한번씩 해주세요”하는 당부에 대답은 하고 돌아왔지만 경찰관의 한사람으로 그분들을 위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너무나 혼란스럽고 무겁기만 했다.

이 시간에도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밤낮없이 동분서주하는 인후3동에 근무하는 이강숙 생활지도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렇게 조그마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신 김철주 전북경찰청장님의 헌신적인 이웃사랑으로 처음 경험해본 ‘사랑의 김치 담그기’ 행사를 마치고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고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행사가 헛되지 않고 좀더 많은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보는 훈훈한 정이 넘쳐나는 연말연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전북지방경찰청 정보과 경위 최점석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