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단독 예산안 강행처리 후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여야가 본격적인 법안 처리를 놓고 또 다시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 실패를 맛본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당 정체성과도 직결되어 있어 필요할 경우 물리적인 충돌도 피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이번 주까지 처리해야 할 법안 중 상정되지 않은 법안들을 모두 발의하고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 54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한 감세법안을 제외한 51개 법안을 이달 말까지 처리한다는 일정을 마련해 놓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예산안 처리 후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예산안은 평화모드로 가고 법안은 전쟁모드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 주부터 예산 때문에 상정을 보류한 법안들을 조속히 국회법 절차에 따라 상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이제는 야당과 당당하게 논리 대결을 하고 논쟁을 하기 위해 법안 상정을 주저하지 말라"며 야당과 대척지점에 놓인 법안 처리에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본격적인 법안 처리를 위해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출장도 금지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반드시 저지해야 할 'MB 3대 악법'을 설정해 놓은 상태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함에 따라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것과 단독처리 또는 날치기 통과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상임위 상정과 법안심사소위에서 상정을 저지하거나 논란을 쟁점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정치권 밖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의 고리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당 관계자는 "당 정체성뿐만 아니라 해당 법안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들이 많다"며 "대외협력기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5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임시국회에서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악법 처리' 저지를 위한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민주당 정책위도 금주 내에 한나라당이 추진할 법안 가운데 20여개 법안을 별도로 정리, 악법으로 규정하고 각 상임위별로 법안 저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해당 상임위에서 1차적 저지선이 무력화 될 경우, 법안 처리를 위해서 꼭 거쳐가야 할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심사를 최대한 저지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금융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위해 금산분리완화와 출자총액제 폐지를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고 있지만, 민주당은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를 초래하고 대기업만 키우는 정책이 된다며 적극 저지하기로 했다.

또한 국가정보원의 정보수집 활동 범위 확대를 담은 국정원법 개정안과 사실상 도감청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비밀보호법 등도 여야 모두 통과와 저지를 놓고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른바 '떼법' 논란을 불러일으킨 집단소송제법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집회에 대한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며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분류한 반면에 민주당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제안한다며 적극 저지할 태세다.

이밖에도 신문.방송의 겸영을 허용하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언론으로 인정하는 등 언론관계법에 대해 한나라당은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처리에 적극적인 반면에 민주당은 언론을 자본에 종속시킨다는 이유로 저지입장을 분명히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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