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는 18일 오후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박진 외통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 10여명만 참석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6시간 동안 고성과 욕설, 망치와 소화기까지 등장했지만, 비준안을 상정하는데는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들어가지 못했으며, 박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가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비준안을 단독 상정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등은 이날 오전 8시부터 401호실 외통위 회의장 문을 열기위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의원총회를 하려던 민주당은 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이 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지만, 이미 회의실은 100여명의 경위들에게 둘러싸여 굳게 잠긴 뒤였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오전 9시30분께 망치와 정을 동원해 회의실 문을 부수려고 했으나 쉽게 열리지 않자 회의실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10시 20분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회의장을 찾아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대화를 요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중재를 시도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FTA비준안 상정 여부를 놓고 간사협의를 다시 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오후 2시에 예정된 전체회의를 취소하지 않는 한 간사협의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한나라당 지도부를 향해 "한나라당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홍 원내대표는 박진 위원장과 협의해 전체회의 취소 여부를 통보하겠다고 했으나 합의 시도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민주당은 오전 11시께 다시 회의장 돌파를 시도했다.

강기갑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결합해 민주당 의원들과 문 앞을 지키고, 보좌관들이 양쪽에서 밀려오는 경위들을 막아내는 동안 당직자들은 회의장 문을 뜯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경위들은 소파와 각종 집기들로 문 앞에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진입을 저지했다.

야당은 정문을 가로막은 소파를 해체하려 했지만 쉽지 않자 오후 1시께 소화전 호수를 끌어와 집기 틈새로 '물대포'를 쐈고, 한나라당 보좌진들은 분말 소화기를 쏘며 맞대응했다.

이 때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회의장 복도에서 무리지어 밀고 들어왔고, 민주당의 경계가 허술한 틈을 타 회의장 뒷문을 열고 갇혀있던 한나라당 의원 10명을 밖으로 빼냈다.

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한미 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한 뒤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며 빠져나가자 야당 의원들은 "부끄러운지 알라"며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떠나버린 회의장에 들어가 의원들의 명패를 집어던지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상정한 한미FTA비준안 원천무효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상태에서 국회 전체를 무법 천지로 만든 것을 용서하지 않겠다"며 "오늘부터 경제살리기 법안, 사회개혁법안, 예산세출부수법안을 어떤식으로든 회기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외통위 문을 부순 야당 당직자를 색출해 처벌하기로 했으며, 민주당은 박진 위원장과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에게 외통위 회의실 '불법봉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이날부터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무기한 점거 농성하기로 해 여야 관계는 더욱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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