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바다는 아이울음 천지다.

60~80대 노인들만 살고 있는 이곳의 최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40여명 노인들에게 괭이갈매기 울음소리는 충분한 위로가 되고도 남는다.

‘관리도’ 기행은 이처럼 흔치 않은 풍경으로부터 출발했다.

고기잡이를 다녀온 노부부의 손길이 급하다.

괭이갈매기들의 먹이를 챙겨주기 위한 고기손질로 이들 부부가 남겨둔 내장은 200여 마리 포식자들 먹잇감으론 충분한 모양이다.

실컷 배를 채운 갈매기들이 하늘로 비상하자 그제서야 먼 발치서 지켜보던 그들도 허리를 편다.

집을 향해 걷는 이들과 괭이갈매기의 군무. 이들 사이에는 무엇인가가 가득 차 있다.

완전한 무심 같으나 침묵 속에는 소리 부재 대신 충만한 감동이 그득할 것이다.

어부들은 가난이 그의 생애를 마구 짓밟아도, 몸을 다 내주면서 뒤통수 긁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노인도 청년이 되는 세상앞서 얘기했듯 관리도는 노인들이 많다.

젊은이들은 아이 공부다 뭐다 해서 모두 육지로 나갔고, 노인들도 겨울엔 군산으로 나가는 이들이 많다.

아무래도 겨울섬은 더 쓸쓸하고 을씨년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 세대수는 40여세대. 이는 기록상의 숫자일 뿐 실제세대는 27가구 정도된다.

그렇다 해도 노인들 경제활동은 도시의 50대 못잖아 섬은 늘 활력이 넘친다.

고기잡이가 힘들 법도 하건만 팔순 넘어도 배 타는 일은 청년들에 뒤지지 않는 것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다에 나서길 주저하지 않는 곽판술씨(82)와 고양순씨(79) 부부. 전날 저녁 무렵이면 그물을 쳐놓기 위해, 다음날 새벽엔 그물을 걷기 위한 행차로 60여년 매일처럼 해온 일상이었다.

때론 아내가 돛대가 되기도 하고 때론 남편이 삿대가 되기도 하는 셈이다.

이처럼 청년처럼 일할 수 있으니 관리도는 노인천국이라 해도 손색없다.

이 마을 이장인 전봉기씨(58)는 노인들의 장수비결을 좋은 물과 공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노인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배경엔 ‘관리도교회’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종교라는 차원에서의 심리적 위안도 큰 연유다.

  #꽂지섬과 낭만적 해방구 고군산군도 서쪽 끝에 있는 ‘관리도’는 해안선 길이만도 7.3㎞에 달해 아름답기가 어느 섬 못지않다.

그럼에도 이름에서 주는 이미지는 딱딱하기 그지 없다.

본래 섬의 이름은 ‘꽂지섬’. 이는 무관의 고장으로 적을 무찌르기 위해 수많은 장군들이 활을 쏘아 적의 몸에 화살을 꽂아댄다 하여 붙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섬의 지형이 마치 꼬챙이 같다 하여 ‘꼭지도’라 부르다가 꼬챙이 관(串)자를 붙여 관리도로 불렸다고 전해온다.

이 섬에 군사 관련 지명이 많다는 점은 ‘꽂지섬’이라는 이름에 힘을 실어준다.

무장한 장군의 모습을 한 ‘투구봉’도 그렇거니와 말 탄 무사의 모습을 한 ‘질망봉(말봉우리)’, 승려로 이뤄진 군사 모습을 한 ‘중바우(중바위)’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이미저리가 거의 없는 관리도보다는 ‘꽃지섬’으로 개명하길 권한다.

더불어 20여년 전까지 행해졌던 ‘영신묘당제’도 부활시켜 문화적인 볼거리를 늘린다면 생동감 넘치는 섬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꽂지섬’은 결코 자그마한 섬마을이 아니다.

잿빛 일상에 찌든 도시인에겐 일종의 낭만적 해방구와 같은 이름으로 부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어찌 ‘관리도’를 댈 것인가. 관리도는 과거로 되돌려야 제멋이 살아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거듭 강조한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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