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야도 멸치말리는 풍경.

 ‘개야도의 밤’은 그날 이후로 내내 ‘노스텔지어’를 충동질했다.

방파제 주변으로 떼지어 몰려다니던 숭어며, 유난히도 초롱초롱한 별빛이며, 훌치기 낚시로 숭어를 낚아 올리던 이의 노련함까지 생생한 연유였다.

소설가 라대곤씨도 ‘취해서 50년’이란 에세이를 통해 술만 취하면 개야도 달밤이 생각난다고 소개한 바 있으니 비단 소수의 추억만은 아닌 모양이다.

고군산의 간이역으로 통하는 ‘개야도(開也島)’는 감성 천국에 다름 아니다.

이상하게도 이곳에선 내면 깊숙한 곳에 침잠해있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감수성 넘치는 사유는 물론이고 멸치나 김 말리는 모습 등 낯선 풍경이 빚어내는 정취는 잊혀졌던 감각을 고스란히 일깨우고도 남음이 있다.

예서 그치지 않는다.

적잖은 문화자산은 지적 깊이를 채울 수 있는 기회다.

배치기소리, 뱃노래, 흥타령 등 민요는 물론이고 당산제, 거리제, 가신제 등 민간신앙도 산재해있는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견됐다는 ‘오겹주벅(고기잡이 돌 축조물)’에 이르면 충만함으로 넘쳐나는 것이다.

누구든지 이 섬에 들어와 살면 개간으로 잘 살아 ‘개야도’라 불렸다는 곳이고 보면 감성에다 경제적인 부까지 충전할 수 있는 곳으로는 떼놓은 당상이다.

개야도 연밭.

  #콘크리트 개발 더이상 안돼

‘개야도’의 관광정책은 이미 파생된 산업을 보완하고 생태문화를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정리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다른 섬과 달리 산업과 문화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이점을 살려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이곳에서 생산된 멸치와 김의 브랜드화. 김 양식업이 활발함에도 가공공장이 없어 물김으로 팔다 보니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환용 연안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서천김을 최고로 치는데 이는 모두 개야도 등 고군산 일대의 김을 가공한 것”이라며 “남해 김은 담백하나 서해김은 감칠맛이 있어 인기가 많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이어 “이런 예는 비단 김뿐만이 아니다”며 “멸치 브랜드화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개야도의 산업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자연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도 전문가들의 주문사항. 콘크리트 산책로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앞으로는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묵정논을 ‘연밭’으로 만들고 ‘애기부들’을 심어 미관을 살린 일은 평가할 만하다”며 “제발 이후라도 콘크리트 개발만큼은 지양해줬으면 한다”고 목청을 돋운다.

개야도 일몰.

  #‘검은머리물떼새’로 장소마케팅을

개야도가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 산란지라는 사실은 아주 따끈따끈한 뉴스. 김영옥 금강습지사업단 단장은 6~7월이면 산란기에 접어드는데 근접촬영도 가능하다고 운을 뗀다.

김 단장은 이어 “이런 사실들이 악용되면 안되지만, 검은머리물떼새를 통해 섬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섬 주민들이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단장은 또 ‘야생사슴’도 소개한다.

이는 사슴을 키우다 서울로 이주한 모씨의 사슴들. 야생으로 자라다 보니 주민이나 관광객들을 해칠까 우려된다며 “이 역시 주민들이 대책을 찾아 생태자산으로 활용했으면 한다”고 덧붙인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개야도 정책포럼을 통해 전승수 교수(전남대)가 제시한 ‘갯벌철도’나 이윤선 교수(목포대)가 내놓은 ‘주벅’과 ‘당제’의 축제화 등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기도 했다.

주민이 기획하고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안내하는 ‘주민관광’ 모델의 시효가 돼야 할 ‘개야도’. 고군산열도의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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