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살리는 길이다
변화가 살리는 길이다
  • 김영애
  • 승인 2009.01.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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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기본적으로 행동 변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단순하면서도 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학교현장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직 생활이 쌓일수록 이 말을 더욱 더 실감한다.

줄곧 농촌지역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하나의 회한처럼 기억된 이야기를 적어본다.

그 학생이 입학할 때 필자도 00고등학교로 전입했다.

학기가 시작되고 몇 달이 지나고 난 후에 그 학생이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00고등학교에 전입해 오기 전, 그 학교에도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학생들이 제대로 의사 표시도 못하고,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천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것을 한번 활용해 보기로 생각했다.

그 학생도 하나의 인격체이니까. 적어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했다.

그 학생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글은 모르지만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1학년 때 한동안 그 학생은 다른 학생과 함께 보충 수업까지 받았다.

그것도 영어와 수학 수업을…. 한글도 모르는 그 학생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 학생은 글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겨우 이름 석자 쓰는 정도였다.

그것도 초등학교 1학년 글씨같이…. 다른 학교에서 경험한대로 시도해 보았으나 도무지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차츰 소홀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한글을 익혀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다그치며 열심히 하도록 독려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척 힘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아예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수없이 반복해도 알 수 없는 상태가 지겹게 만든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 그 학생은 이미 글을 터득했을 것이다.

후에 안 일이지만, 그 학생은 초등하교 6학년 때와 중학교 때에도 여러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으나 모두 중도에 포기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언어의 습득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문자 또한 자연스럽게 익혀진다고 한다.

문자 습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익히지 못하면 쉽지 않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문자 습득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하나씩 익혀 나가면 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만 맴돌 뿐, 필자의 의지도 약해져 갔다.

이후 술과 담배를 하게 되었고 도벽까지 하게 되었다.

그 학생의 엉클어진 모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학교에 오지 않은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가는 아예 집에도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가출을 한 것이다.

가끔씩 어디 있다고 하면서 전화가 왔으나, 도저히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후 학생을 자퇴처리 했다.

조금만 참고 다니면 될 것을 하는 아쉬움과 그 학생을 위해서 도대체 무엇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한동안 필자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그 학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했던 것이다.

또한 그 학생에게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끈기를 가지고 한글을 습득하도록 지도해 주어야 했다.

그 학교를 떠나 1년 후 그 학생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짧은 생애를 살다간 그 학생은 지금도 필자에게 하나의 회한으로 남아있다.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부단한 노력과 애정을 쏟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안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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