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신곡문학상 대상에는 수필가 변해명씨(69)의 ‘잊혀져가는 우리풍습’이 영예를 안았으며, 본상에는 신재기씨(53)의 ‘수필과 사이버리즘’과 남지은씨(52)의 ‘빈지 틈으로’가 공동 수상했다.

이밖에도 신인상에는 김공주•남호탁•안현숙•이연원•전오영•최경임•강순희•강준화•고해자•노서운•라환희•형효순•김경중•김재환•문성애•박영빈•최순자씨 등 17명이 선정됐다.

수필과비평사(회장 라대곤)는 31일 오후 3시30분 전주관광호텔에서 시상식과 함께 성기조 시인의 ‘선진문화국가로 가는 길’ 강연이 이어지며 다음날인 2월 1일은 진안마이산을 주제로 한 문학기행도 예정돼 있다.

한편 신곡문학상은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라대곤씨가 기금을 출연해 운영하는 문학상으로 그의 호를 따 이름지은 바 있다.

  <수상자 인터뷰> ◊대상 변해명씨 1975년 김동리 선생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변해명씨는 수필 1세대인 셈. 30여년 동안 수필을 써왔다는 그는 되돌아보니 선배로 좋은 글을 쓰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수상소감을 전한다.

그는 이어 “문학에 뜻을 두면서 시를 공부했고, 소설을 썼고, 희곡과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로 습작을 했다”면서 “그런 훈련이 결국은 수필쓰기에 바탕이 된 것 같다”고 소개한다.

그는 또 “죽음이란 넘어설 수 없는 추락과 그 추락을 극복하려는 노력 사이를 희망과 절망으로 오가는 꼭두각시와 한가지”라며 “이런 인간의 모순된 삶을 초월적인 존재로 보듬어주는 것이 바로 문학”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유의 장인 문학을 벗하기에 수필은 삶의 즐거움이 되고, 불안과 절망에서 벗어나는 기쁨이 된다”면서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겠다”고 전한다.

1975년 ‘韓國文學’ 수필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온 변씨는 현대수필문학상·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작품집으로는 ‘먼 지평에…’, ‘외로운 영혼에 불을 밝히고’, ‘그리운 곳의 빈 자리’, ‘다가오는 목소리’, ‘숨겨진 시간의 지도’ 등이 나와있다.

◊본상 신재기씨 지난해 수필 평론집을 출간한 신재기씨는 수필평론의 대표주자. 20여년을 한결같이 수필평론에 임해왔다.

그는 “시와 소설에만 고정됐던 관심을 수필까지 확장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수필의 당면 과제는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신씨는 이어 “‘통섭’이란 개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사고방식은 인접과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융합을 이루어 내는 일”이라면서 “그럼에도 수필 영역을 서정적인 부문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적잖이 염려된다”고 덧붙인다.

신씨는 또 “형식 다양성이 바로 수필의 태생과 유관한 대목”이라면서 “굳이 수필의 터전을 축소하면서까지 순수성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비평을 통해 수필 문학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그는 “창작 측면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신씨는 경북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졸업했으며, 고려대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해 대구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경일대 교수로 있다.

  ◊본상 남지은씨 수필과비평 ‘탁족’으로 등단한 남지은씨는 농민신문 신춘문예 수필부문 ‘흑자’가 당선되면서 활발하게 문단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세상과 소통을 위해 스스로에게 반기를 들곤 하는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문학도 집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면 때로는 관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전한다.

남씨는 이어 “자신에게 삶은 수필 그 자체”라며 “그 동안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수필을 과용하며 살아왔지만, 페니실린처럼 저항력을 일으키는 세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남씨는 또 “햇빛은 어디를 비추어도 자신은 더러워지지 않는다”면서 “문인으로서 독자의 정서를 바르게 순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개한다.

“고향 안동을 떠나 부산에서 산 지 30여 년, 도반들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다”는 그는 “문학상까지 받게 되니 어깨가 무겁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남씨는 현재 부산문인협회 회원과 수필과비평작가회의 부산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필집 ‘빈지 틈으로’가 나와 있다.

/김영애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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