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선 작 오지혜 그림   비극…. 큰 비극…. 방안에서 전축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벌거벗은 몸으로 춤을 춘다.

두 눈에서는 소름이 짝짝 끼치는 독기가 흘러나온다.

살기가 등등한 눈으로 방문을 노려본다.

간혹 히죽히죽 웃는다.

그러다가 돌연 악을 발악발악 쓰기도 한다.

혼자서 하는 짓이다.

  그런데 왜,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언제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무슨 일로, 그 누구 때문에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지옥 한가운데 빠져 있는 한 여인을 보는 듯싶었다.

  처절하게 울던 울음을 그친다.

참혹한 전쟁을 잠시 멈춤인가. 팔 다리의 뼈 마디 마디가 쑤시고 애리는 모양이다.

그런데도 히죽히죽 웃어 보인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갖 병주머니를 떼어내듯 두 손으로 온몸을 쥐어뜯는다.

  사람의 병 종류는 대체 1700정도라, 그 많은 병 종류 중 가장 무서운 병은 무슨 병일까? 바로 이 여인이 걸린 병이 아닐까 싶다.

  약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이라. 의술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한다.

특별한 병균이 없는 병이라.  병의 근원과 병의 원인은 훗날 본인에게 직접 들어 보는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병의 근원이 되는 독기가 두 눈에서 간혹 나타나곤 한다.

그때의 두 눈에서는 살기가 등등하게 흐른다.

보기에도 섬찟 섬찟하다.

전쟁터에서 적을 노려보는 듯 상대방을 죽일 듯이 노려 보는 게 그러하다.

  그러다가는 돌연 별천지, 별세계, 세상과는 아주 다른 세상을 발견한 듯 특별한 몸짓으로 웃어 보인다.

보통보다 아주 다른 이상한 세계에 빠진 듯 숨을 가쁘게 몰아 쉬면서 별별 궁리를 다해 보인다.

이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별 수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떨군다.

별 안간 울음보를 터뜨린다.

처절한 울음소리다.

사람의 울음소리가 아닌 듯싶다.

지옥에서 귀신이 우는 듯한 소리다.

지옥 고통을 토해내는 듯한 울음소리다.

지옥살이의 참담함을 찢어발기는 듯한 울음소리다.

그때마다 집안은 일순 지옥으로 변한다.

식구들 모두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절망한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곡절이 많다 해도 설마 이렇게까지는 될 수 없는 게 아닌가. 거의 날마다 더 할 수 없는 비극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도대체 그 누구를 보며 웃고 우는 것일까? 정작 그 누구와 정분을 나누며 지조와 절개를 굳게 지키겠다는 태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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