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는 더 심했다.

날이 궂을려면 미리 알고 더 난리를 치곤 하는 것이었다.

비와 날 궂음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친다.

공격목표를 지적하는 듯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험악하게 울부짖는다.

다음 순간 지존자에게 무릎을 꿇듯 털썩 주저앉는다.

이내 손을 싹싹 빈다.

그러면서도 결코 항복만은 못하겠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자니 지극히 당연한 말, 사리가 통하는 말, 도리에 맞는 말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말들을 지껄이게 되는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말을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로써는 도무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종잡을 수 없는 말을 쉬임없이 토해낸다.

그것이 날궂이인 것이다.

뿐인가. 무언가 제 것으로 만들고자 할 땐 기를 쓰고 덤벼든다.

지악스럽게 덤벼들어 기어이 빼앗아 간다.

빼앗은 다음엔 한번 웃어 보이며 눈을 흘긴다.

최고 지성인이었다.

최고 학력자에 일류 법대를 졸업한 며느리였다.

게다가 그런대로 미녀 축에 든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시골 상업실업고 교장 시아버지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좋아했던 게 그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이었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것도 그럴 만 했다.

허나 지금은 행여 누가 알세라 쉬쉬한다.

며느리, 미친여자, 벌거벗고 춤을 추는 새댁…. 그리하여 벌써 지상천국을 잃어버린 시아버지의 눈에서는 살찐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

허나 시아버지 아닌 남편의 입장은 어떠할까? 이상 세계, 이상적인 낙원을 잃어버린 남편의 심정은 어떠할까?그 남편의 얼굴에는 대하기 거북스런 차디찬 경계심이 먹구름처럼 잔뜩 끼어있었다.

그런 얼굴로 사람 만나는 것을 심히 귀찮게 여기는 듯 했다.

그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아니했다.

망가지고 허물어진 몰골로 화를 짓누르면서 겨우 하루 하루를 지탱해 가는 듯싶었다.

사람 대하는 것을 몹시 귀찮게 여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도와주겠다고 찾아온 손님에게까지 별반 달갑지 않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입맛 떨어지는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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