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그간 이 사람 저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농락당한 게 몇 번이었던가.  병을 고쳐주겠다고 난리 법석을 친 게 몇 십 번이었던가. 이해가 될 만하다.

그것도 이른 초저녁부터 먼동이 틀 때까지 궂을 한답시고 난리 난리를 친 것만도 그새 몇 번이었던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동참해야만 했다.

한번은 뜬눈으로 며칠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다.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대며 칼을 던진다.

무덤 앞에까지 가서 온갖 발광을 다했으니, 소위 법대 출신 현직 검사로는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짓만 골라서 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 대하기를 기피하며, 지극정성이라는 말에도 부정적인 사람으로 돌변하고 말았던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다시 해봅시다”라는 말에 또 속고 속았던 터라. 하기야 사랑하는 새색시를 위해서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 심정이었으리라. 불을 지피라면 지피고, 얼굴을 찌푸리라면 찌푸리고, 절을 하라면 절을 하고, 돈을 더 놓으라면 더 놓고, 그저 점쟁이가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하오나 은하수를 건너 다니는 천사처럼 아름답던 아내를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다 허사라. 짜증이 날 법 했다.

어떤 점쟁이는 아내에게 악독한 백만군 지휘관이 들어왔다고 했다.

어떤 점쟁이는 아내에게 불을 다루는 총사령관이 들어왔다고 했다.

어떤 점쟁이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떤 젖통이 점쟁이는 조상 탓을 하면서 조상 묘가 잘못 써져서 그렇다며 묘를 셋이나 이장하게 했으며, 또 다른 제왕 점쟁이는 이장한 묘를 다시 파서 그 뼈를 불사르라 하여 그렇게도 한 적이 있다.

그 중 법도 점쟁이란 여자는 순전히 시아버지 시어머니 죄값이라면서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천하에 몹쓸 인간으로 몰아붙이고 쥐새끼 잡듯 하는 것이었다.

부지를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만 불초소생의 죄값입니다.

” 그것도 말로만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굽실굽실하면서 큰 소리로 연발하라고 내리치는 지엄한 명령이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며느리 살려 보겠다는 일념으로 뭐가 뭔지 영문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남편 되는 현직 검사에게는 더 심했다.

같은 성씨끼리는 혼인하지 않는 법인 데, 그걸 어기고 불취동성했다는 말로부터 마귀 새끼를 때려잡듯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불투명 신에게 불충불효한 죄 값이 크다고 쥐어 패는 것이었다.

어디 이 뿐 인가. 두 사람은 전생에 부창부수의 관계며 도리가 뒤바뀌어서 옷차림 거부병에 걸렸다고 뒤틀린 심사를 들쑤셔대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차마 화는 낼 수는 없었다.

아내의 병을 고치겠다는 일념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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