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이었다.

귀신들린 새색시는 역시 보라는 듯 전축을 크게 틀어놓고 벌거벗은 알몸으로 방안을 오락가락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간혹 입으로 부르는 노래 가사는, 어느 곡을 막론하고 이러했다.

“중대가리 줄레줄레, 왜 내 뒤를 따르는가. 까까머리 까까중아, 왜 내 앞을 가로막나. 주책없이 행동하며 졸래졸래 따라오나. 너희들은 어서 속이 종속한이 되려므나”라는 것이었다.

간혹 평시조로 시작하며 중간에서 곡조를 잠깐 변하여 부르는 풍류곡조를 말해주기도 했다.

지금껏 공부밖에 몰랐던 여인으로써 시조풍을 알 리 만무하다.

그런데 그런 풍류 곡조만 부르는 게 아니었다.

똑같은 가사에 청승맞게, 매우 처량한 목소리로 염불식으로 노래 아닌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날도 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너무도 오랜만에 알게 된 시아버지 육촌형이 찾아와 그 광경을 다 보고 있었다.

제일교회 최모 장로님이었다.

불교계에서 세운 시골 상업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시아버지와, 예수교 장로가 만난 것이다.

며느리 방과 멀리 떨어져 있는 시아버지 서재실에서 대화가 시작된다.

시어머니도 동석했다.

음료수 한잔씩이 놓여있다.

 “동생, 어쩌다가 저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글세 말입니다.저도 모르겠습니다.” 시아버지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시어머니가 한숨을 푹푹 내리 쉰다.

“시숙님 미치겠어요.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제일로 남들이 알까 무서워 죽겠어요. 제일로요. 그나 이게 웬 병고인지 모르겠어요. 시숙님 도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대요? 살다살다 별별일을 다 보겠어요.” 단숨에 할 말을 다 쏟아놓은 듯 했다.

“글세 말입니다. 그나 저나 저렇게 된지는 얼마나 되었답니까?” “그간 말을 못해서 그렇지, 벌써 몇 달째 됐어요.” 시어머니의 대답에는 역시 절망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나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이제야 알고 찾아왔으니 할 말이 없네요” “아이고 아니에요 시숙님. 그간 일부러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던 저희 불찰이지요. 정말이지 숨기고만 싶었다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하여간 시숙님 죄송합니다.”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던 시아버지는 또 다시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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