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야 아프고 병나는데 인류대학이 따로 있겠습니까. 허나 언제 어디서 어쩌다가 저지경이 되었답니까?” 시어머니와만 대화가 계속된다.
시아버지는 줄곧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다.
“제 남편과 달리 고시 시험에 세 번이나 안 떨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만은 최선에 최선을 다해 보자는 뜻으로, 결국 이이가 속한 금금산 절간으로 들어가게 됐지 않았겠어요. 심지어 세상절대외출금지를 위해 스님들처럼 머리까지 까까머리로 밀어버린 채 말예요. 그런데 공부는 고사하고 난데없이 미친 여자가 되어 가지고 돌아온 거예요.” 말을 다 듣고 있던 최 장로서는 할말이 없었다.
“절간에서 미쳐가지고 나온 미친 여자라?” 최 장로는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리며, 순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숙님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요? 날마다 전축을 저렇게 크게 틀어놓고, 저 벌거벗은 몸으로 춤만 추고 있으니, 정말 어찌하면 좋대요? 도대체 무슨 놈의 짓인지 남들이 알까 창피해 죽겠어요.” 시어머니는 말을 하면서도 폭폭해 죽는다.
숫제 펑펑 운다.
“그런데 저 중대가리 줄레줄레, 까까머리 까까중아, 왜 내 앞을 가로막나…. 등등의 말은 무슨 말이랍니까?” 최 장로의 물음에 시어머니는 또다시 한숨을 푹푹 내리 쉰다.
“전들 알겠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절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여간 절간에서 미쳐가지고 나온 뒤부터 계속 저 노래만 부르니까요.” 다음 순간 최 장로가 최후의 처방을 내려주겠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동생 좋은 길이 있어.” 새댁 시부모의 귀가 번쩍 트인다.
“시숙 무슨 좋은 수가 있답니까?” “형님 그렇습니까?” 최 장로는 일단 웃어 보인다.
바로 그 시간 귀신들린 며느리가 돌연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농짝을 때려 붓는 것이었다.
허나 이도 역시 영계를 아는 사람들만 아는 줄거리라 본다.
최 장로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따라서 “갑자기 저게 무슨 일이냐” 하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시아버지 시어머니를 안심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