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식물인간 상태인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해 환자 가족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병원측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환자 가족들로부터 소송을 위임받은 법무법인 해울의 신현호 변호사는 이날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며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의료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존엄사'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병원 측이 대법원의 기준을 만들어 달라며 비약상고를 제안했던 만큼 이번에도 상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고려한다면 병원도 이번만큼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환자의 피부는 검게 변했으며 체온이 35℃ 까지 올라가는 등 더 이상의 연명치료는 무의미하다"며 "만약 병원측에서 대법원에 상고를 한다고 해도 '심리 불속행 제도'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리 불속행제도'는 쓸데 없는 분쟁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한 제도로 민사소송에서 적법한 상고 이유가 안된다고 판단될 때 대법원이 본안심리를 기각할 수 있다.

한편 신촌 세브란스병원 측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고등법원에 항소를 한 것은 존엄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였던 것 만큼 충분히 검토해 본 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단 판결문을 받아본 후 우리 측 변호인단 등 관계자들과 대학윤리위원회를 열어 항소여부 등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존엄사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달라는 게 목적이었던 만큼 항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병원 측 대리인인 박형욱 변호사는 "환자에 대한 진료가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다"며 "우리가 항소를 한 것은 연명치료에 대한 법제화에 기준을 만들어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이인복)는 10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씨(76·여)의 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호흡기를 떼라"고 판결했다 김씨의 가족은 지난해 2월 폐 조직검사를 받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씨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11월 서울서부지법은 "김씨의 존엄사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며 "인공 호흡기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병원 측이 이번 판결에 불복할 경우 판결문을 송달받은 뒤 14일 안에 항소 여부를 결정,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해야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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