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도 약속하라고, 며느리부터 고쳐놓고 봐야 되지 않겠어?” 그러나 이는 곧 불교계에서 세운 학교에서 교장자리를 그만 두라는 윽박지름과 다름이 없었다.

예 목사와 그 일행 모두도 합심 협력하여 시아버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예수 믿겠다는 약속을 강요한다.

돌연 도망갈 틈이 없음을 알고 체념하듯 입을 연다.

“그렇게 하지요 목사님. 며느리 살리는데 직장인들 이유가 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나이로 봐도 정년퇴임에 그리 서운할 때도 아니랍니다.

” 최 장로는 힘이 난다.

예 목사가 아들 손을 놓고 이번에는 시아버지의 손을 힘있게 덥썩 잡아준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힘주어 악수를 한다.

실로 뜨겁기 그지없는 악수다.

지옥에 빠진 형제를 건져낸 기분이요 기쁨인가!이제 공은 예 목사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과연 귀신들린 며느리를 고칠 수 있을까? 예수님의 이름으로 고칠 수 있다는 예 목사의 말이 시아버지의 뇌리를 연방 두들긴다.

그도 그럴 것이 육십 평생 목탁소리와 염불소리만 들으며 살아왔던 그에게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물리친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릴 리 만무했으리라 본다.

그래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결단성 있게 예수를 믿겠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방에서 나온 예 목사는 며느리 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전축소리가 궁짝궁짝 요란스럽게 울려 퍼진다.

벌거벗은 여인이 춤을 추고 있다.

예 목사는 먼저 60세 먹은 여전도사와 57세 먹은 여전도사 두 사람에게 지시한다.

“둘이 들어가서 옷부터 입혀요.” 그런데 과연 옷을 입힐 수 있을까? 연세가 지긋한 여전도사들에게 고분고분할까? 아니면 힘으로 몰아 부칠까? 두 여전도사가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새색시가 무섭게 노려본다.

살기가 등등한 두 눈으로 여전도사들을 잡아먹을 듯이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와 동시에 엎어지고 뒤집히고 난리법석이 터진다.

방안이 순식간에 엎치락뒤치락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요귀의 발악이 시작된 것이다.

“이 늙은 년들아, 안뒈질려면 나가! 어디서 데질라고 지랄들 하고 있어. 빨리 나가! 감히 네까짓 년들이 나를 상대로 해서 이겨 보겠다는거야? 어림없는 소리.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년들아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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