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적으로 예 목사는 새댁의 시아버지에게 질문의 눈길을 돌린다. 새댁의 시아버지는 몹시 혼란스럽고 몹시 맘에 안든다는 표정을 역력히 보이면서도 행여 어떨까 봐 착실히 대답을 한다. 허나 내심 마지못한 대답이다. 벌써 입맛이 확 떨어졌다는 표현만 차마 못할 뿐, 이미 그런 심정으로 대답을 하고 있었다.

“우리 며늘애가 귀신들린 뒤부터, 그 언제라도 이 같은 상황만 펼쳐지면 예외 없이 저런 식으로 글을 읽곤 했습니다. 전날 저것들의 연애편지랍니다.”

그러나 예 목사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새댁의 시아버지는 몹시 귀찮다는 식으로 한숨을 한번 푹 내쉰다. 그리고 난 뒤 재삼 설명을 해 준다.            

“옛날 지 남편하고 연애하던 시절에 주고받았다는 바로 그 연애편지를 화장대 위에 수북히 쌓아놓고, 바로 이같은 상황이 주어질 때마다, 바로 이같은 상황이 펼쳐질 때마다, 예외 없이 저렇게 읽곤 한다는 얘깁니다. 저렇게 감정을 넣어서 말씀입니다. 마치 시를 읊듯이 말씀입니다.”

이제 이해가 되었느냐는 눈길로 바라본다. 그때서야 예 목사 일행도 이해가 되었다는 눈치를 보인다.

새댁은 연방 연애편지를 읽는다. 걷어차이고 나온 세 전도사들도 숨죽여 잠시 들어본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습니다. 뜻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성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습니다. 힘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습니다. 혼신을 다하여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제 목숨을 다하여 사랑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 목적달성을 위하여 더 많이 사랑할 일만 남았습니다. 날마다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사랑에 사랑을 더할 일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야만 될 영원한 사랑만 남았습니다. 그러기에 더 조심해야만 될 사랑만 남았습니다.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 행복합니다. 그러자니 오늘도 예외 없이 행복덩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덩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덩어리가 점점 커집니다. 그리하여 사랑덩어리를 줄줄 쏟고 있습니다. 사랑덩어리를 흥건히 쏟고 있습니다. 내 사랑덩어리가 우주에 큰 강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큰 바다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쩜 내 몸 속의 사랑덩어리가 에덴동산의 네 강을 만들고 있음인가 합니다. 온 대지를 흥건히 적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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