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선까지 급등하자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고전하는 도내 기업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은 환율 고공행진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게 됐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 매출은 늘겠지만, 지나치게 오르면 그만큼 수입 원자재 가격도 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달러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16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15.00원까지 치솟은 뒤 1,506.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0일 이후 9거래일간 125원 폭등하면서 작년 11월24일 1,513.00원 이후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 원.엔 환율은 이날 100엔당 1,600원에 근접하면서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하자 특히 원자재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중소수출업체들은 고민에 빠졌다. 어느 정도 환율 인상은 국제시장에서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와 경쟁력을 높여 주는 측면이 있지만 이번과 같은 급등은 원자재 값의 가파른 상승을 초래, 오히려 수출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중소 제조업체들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환율 1600원선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군산에서 원자재 수입·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이미 원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 계속 환율이 오를 경우 수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기 때문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중앙회 한 관계자도 “환율 폭등이 지속되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제조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경기침체로 납품 단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는 업체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올해 예상치 1천~1천200원보다 300원이상 높아지자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환율과 함께 원자재 가격이 올라 비용이 늘어나면 차 값을 올릴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글로벌 수요 급감 속에서 판매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말했다./박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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