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다소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천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방안 없이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에 그쳐, 빠른 시일 안에 남북관계 해빙기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고 북측에 남북 대화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특히 현 장관은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북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히는 등 다소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남북간 합의 사항을 존중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간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며 북측에 '조건없는 남북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같은 대북 메시지는 비핵·개방·3000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의 대북정책과 비교해 한층 유화적으로 바뀐 것으로,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정부의 잇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김하중 전 통일부 장관 역시 수 차례 강조해 왔던 것으로 결국 남북대화는 재개되지 않았으며 남북관계 단절 및 한반도 긴장 수위는 계속 높아져왔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청년학생본부의 방북 신청에 유보 결정을 내리고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못자리용 비닐 지원 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보류하는 등 민간교류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대북 전단에 대해서는 정부는 적극적으로 살포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장관이 직접 민간단체를 만나 설득할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한다고 했으며,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는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상생과 공존의 정책이기 때문에 북한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말로는 '진정성'과 '남북 대화 제의', '남북 합의 존중'을 강조하면서도 정책은 남북관계 개선 방향에 역행하도록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북측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말 잔치'가 아닌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을 통해 돌아선 북심(北心)을 되돌리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접근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며 "북측이 변하기를 기다리면서 하겠다는 것은 안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이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전면에 내세워 이행을 위한 협의를 하자고 제안해야 한다"며 "북한에 명분을 주고 우리는 실리를 찾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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