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삼 식구들도 이해가 된다는 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새댁 방안에 칼이며 창 같은 흉기는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예목사의 물음에, 돌연 시아버지와 식구들 모두가 매우 난감해 한다.

난데없는 질문에 몹시 당황하는 것이었다.

이어 잠시 방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중에서 대답한다.

“앗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혀 생각지 않고 있던 일인데,용케 때 맞춰 질문을 해 주시니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하마터면 잊을 뻔 했습니다.”

이번에는 예목사가 새댁 시아버지를 향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느냐는 눈초리로 쳐다본다.

시아버지는 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연다.

“실은 며늘애기가 지금껏 눈 깜짝할 사이에 연장을 찾아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연장이란 연장은, 그저 무기가 될 만한 모든 연장은 아주 깊은 곳에 숨겨 두곤 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쩜 며느리 지가 직접 숨겨 두었던 연장을 찾아가듯 찾아가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그걸 보면 그저 놀라울 뿐,아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지금껏 그로 인한 근심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금방 무슨 살인극이라도 터트릴 것만 같고 말입니다.

사실인즉 부끄럽게도 간혹 그놈의 연장을 가지고 방바닥을 내리치며,제 시어머니를 찔러 죽이겠네,찢어 죽이겠네,패 죽이겠네 하며 악을 쓰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눈을 보면 정말 살기가 등등했습니다.

그때마다 너무 무섭고 떨려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앗싸리 말하지만 정이 뚝뚝 떨어지고,소름이 쫙쫙 끼쳤습니다.

그리고 또 앗싸리 말씀 드리지만 평소 제 시어미와의 사이가 나쁜 편도 아니 었을텐데, 그저 제 시어미를 죽이겠다고 할 때마다 남부끄러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행여나 누가 알까 싶고 말씀입니다.

하여간 무슨 연장이든,연장만 손에 들었다 치면,이내 제 시어머니를 죽이겠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저나 제 시어미나, 다 정황이 없곤 했습니다.

지금껏 까닭 모르게 제 시어머니를 죽이겠다고 길길이 뛰는 통에, 숫제 제 시어미는 며느리 앞에 감히 나설 엄두도 못내고, 줄곧 숨어서 살아온 꼴이었습니다.

며느리 앞에 감히 얼굴도 내밀지 못하는 시에미. 아예 범사도 못하는 시에미, 그러자니 사돈들 보기가 더 민망스럽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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