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안천 지장산(773m). 그냥 놀러 가기엔 좀 힘들다. 친구가 간다기에 별 생각 없이 따라 오르기엔 경사가 제법 심하다. 하지만 힘든 산행인 만큼 발 아래로 보이는 용담호의 전경은 시원스럽다.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호수, 용담호를 조망하는 산행이다.

  지장산은 안천면과 무주 부남면 경계 율재에서 출발, 쌍교봉을 거쳐 오거나 반대로 용담댐 아래 어둔에서 올라오는 코스가 유명하다. 하지만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가족공원 앞 임도를 타고서 오르는 코스도 많이 이용된다. 하지만 약간 지루하다는 게 다녀오신 분들의 공통된 의견.

 이번 산길은 지장산등산로 안내판에서 시작한다. 안천면 소재지를 지나 용담댐 물 홍보관 방향으로 조금 가면 지장산 등산 안내판이 있다. 표지기를 따라 오르면 잘 관리된 묘지가 나온다. 능선을 따라 한참을 오른다. 경사가 꽤나 심하다. 낙엽은 수북이 쌓여 발목을 잡고 진안군에서 만들어 놨다던 나무계단은 대부분이 제 구실을 못한다. 숨이 찬다. 1시간은 족히 올라야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이다. 사실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기대에 못 미친다.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을 기대했기에 실망이었다. 그래도 나무들이 지난 겨울 나뭇잎을 다 떨어트려놔 가지 사이로 용담호가 제법 보인다. 아마 여름이었으면 용담호 보는 게 쉽지 않았을 터. 주능선까지 오르느라 흘린 땀이 아까웠으리라.

 능선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덕유산 무주리조트의 슬로프가 햇빛에 반짝이고 남덕유산과 장수 덕유산이 마이산처럼 엇갈려 서 있다. 별 특징 없는 능선을 걷다 보면 ‘악어바위‘가 나온다. 어느 사람은 ‘용바위’라고도 하지만 진안군에서 ‘악어바위’라고 했으니 악어바위로 부르자. 왜 악어바위일까. 전체 모양이 악어 모양, 아니면 바위 허리에 난 구멍이 악어 모양. 쉽게 판단을 못 내리겠다.

 악어바위에서 정상까지는 10분이면 된다. 정상 조금 못 미쳐 아래에 움막이 있고 계곡 건너 무주 부남면 고창마을과 조항산이 눈에 들어온다. ‘주황과 파랑’으로 대비 되는 고창마을 지붕의 색 조화가 맘에 든다. 참 예쁘다. 정상의 조그마한 석탑을 지나 내리막길을 가면 가족공원 앞 지장골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나는 공터다. 

 공터를 건너 작은 봉우리를 넘어 15분쯤 가면 드디어 전망이 확 터진다. 용담댐이 제대로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 좋은 바위지대에 앉아 배낭을 내려놓고 호수를 바라본다.

종국이 아버지 생애의 팔 할이
물밑에 가라앉아 있다면 이 할은
안개에 녹아있다.
정기복 <수몰지구>

 언제나 암송해도 좋은 시다. 수몰민의 아픔과 떠도는 사람의 애틋함이 담겨 있어서다. 이 지장산에 올라 물 아래 잠긴 고향을 그리며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도 있을 게다. 3년 전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됐던 수몰지역 생활 자료와 사진 앞에서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댐은 필요악인가?

 용담호의 존재는 혜택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용담호는 장수군 신무산 기슭 뜬봉샘에서 시작된 금강물이 모이는 곳이다. 수몰의 대가로 전주시민은 맑은 물을 풍족하게 먹고 산다. 완주 고산으로 농업용수가 철철 흘러 내려 만금평야를 적신다.

 용담을 떠난 물은 충청도 대청호에서 잠시 쉬다 하굿둑 철거 문제로 떠들썩한 금강호를 통해 서해로 나간다. 방류량을 놓고 서로 많이 가져가려는 충청과 전북이 옥신각신하는 물 전쟁이 수면 아래서 벌어지는 현장이다.

 발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옆으로 길게 잘라진 바위를 지나 칼날 위 같은 능선을 계속 걸으면 왼쪽으로 급격히 꺾이는 길이 있다. 등산로가 찾기가 조금 어렵다. 전망바위에서 1시간 정도면 용담댐을 방어하는 진지 옆 13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에서 물 홍보관과 가족공원 임도를 지나 안천면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3km 정도 걸어가면 출발한 곳에 도착한다. 4시간 정도 걸었다.

  가는 길
 전주에서 출발, 진안군 안천면 소재지 지나 삼거리에서 좌회전 용담방향으로 가다보면 가면 ‘지장산 안내도’가 있다. 여기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지장골 임도 입구에 도착한다.


/글 사진=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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