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직접 꺼내서 입어!, 감히 누구 보고 꺼내달라는 거야.” 그래도 새댁이 맞선다.

입을 한번 앙등그리 물었다가 독을 뿜어내듯이 입을 연다.

그러나 눈에는 감히 독기를 품지 못하고,연신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인다.

“꺼내주시면 입을께요.” 이제 막 시집 온 새색시처럼 몹시 수줍어한다.

어쩜 전날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꾀하고자 했던 속임수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 내가 꺼내 줄테니까 입어.” 하고는 예목사가 아무렇게나 무조건 손에 잡히는 대로 옷 한 벌을 꺼내준다.

그러자 새댁이 눈을 똑바로 떳다가 이내 웃어 보인다.

한 대라도 덜 맞는게 수라는 계산하에서 이내 웃어 보이는 웃음이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투정을 하며 불만을 표한다.

못마땅해서 일을 저지르고 싶은데,감히 그렇게까지는 엄두도 못내는 눈치다.

다만 옷에 대한 투정을 부릴 뿐이다.

“에이 너무 보기 싫은 옷이네.” “잔소리...!?” 그러나 이번에는 예목사가 한발 뒤로 물러서준다.

다른 옷을 꺼내준다.

“이 옷은 어때? 괜찮지?”역시나 새댁의 입에서는 또 다른 불평이 터져 나온다.

“에이 더 보기 싫고만!” 허나 예목사는 역시 귀신들린 새댁의 수법을 다 알았다는 듯이 이번에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확 돌변한다.

“이게 웬 잔소리야!! 그럼 네가 직접 네 맘에 드는 옷으로 꺼내 입어.”잠시 눈치를 보다가,몇 대 얻어터진 수치감을 심술궂게 되씹으면서 입을 연다.

“그럼 아무 옷이라도 꺼내주세요.”예목사가 들고 있던 옷을 확 던져준다.

그러나 죽음의 올무에 걸린 듯 잠시 서 있다가 한숨만 푹 내리쉴 뿐, 금새 옷을 입지 못한다.

순간 예목사의 눈이 가차 없이 위협한다.

“이게 빨리 안 입어.” 성경책으로 두어 대 더 얻어맞은 뒤 옷을 입기 시작한다.

그런데 정작 옷자락이 불길인양 화를 참지 못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어떻게 옷을 입는다.

“그래 진작에 그럴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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