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차인표(42)가 소설책을 펴냈다.

위안부 할머니의 애환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동화처럼 써내려갔다는 차인표는 10년 이상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이야기를 꼬깃꼬깃 풀어놓았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차인표는 그간의 행적을 전했다.

“일제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훈 할머니를 뉴스에서 접한 뒤 그 감정으로 소설을 떠올렸다”는 집필 배경이다.

1997년 구상을 시작해 10년 이상 연기 활동과 병행하면서 소설을 붙들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 동화라고 생각했다”며 펜을 잡은 차인표는 “아들에게 읽게 하고 싶어서 썼다”고 밝혔다.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20~30년 후 우리 아들들이 기억할까, 당시에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관심이나 갖을까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아픈 역사가 있고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읽고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소설에 녹였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종결어미를 사용하고 있다.

“풀잎 끝에 맺혀 있는 영롱한 이슬방울들이 터집니다”(11쪽) 식의 동화 같은 느낌이다.

차인표가 원래 지은 이 소설의 제목은 ‘호랑이 계곡의 전설’이었다.

차인표는 호랑이 마을을 묘사하기 위해 백두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2003년 백두산에 올라 눈으로 본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머릿속으로만 있었고 묘사하기 힘들었던 호랑이 마을을 활자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여행이었다.

” 영상에 익숙한 차인표는 글보다 그림이 앞섰다.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묘사하기 힘들더라. 직업적 특수성 때문인지 글보다 그림으로 떠올라서 그림을 먼저 그렸다.

연필로 설계도처럼 그림을 그리고 그걸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고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

차인표는 “취미 삼아 혼자 일기나 써봤지 체계적으로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없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손으로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면서 인내와 끈기의 글쓰기를 선택했다.

“나는 완전 엉덩이로 썼다”는 실토 만큼은 어느 문인들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겠다는 욕심으로 소설을 낸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소설은 완전 별개다”는 것이다.

다만, “작년에 출연했던 영화 ‘크로싱’과 ‘잘가요 언덕’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가슴 속에 차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공통점이다.

“60~70년 전,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살고 가장 형편없던 시절을 나 대신 살아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그 분들이 그 고통을 겪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 고통을 겪을 수 있는 거고, 가난한 삶을 대신 살아주신 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초월했다.

소설이 나오기까지 가족의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부인과 아들의 격려와 다그침이 차인표 장편소설을 나오게 했다.

차인표는 “초고 쓰고 잃어버리고 다시 쓰는 동안 끊임없이 격려해준 사람이 아내 신애라”라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그만 써야겠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이거 정말 괜찮은 이야기니까 꼭 쓰라’고 중간중간 격려해줬다”는 것이다.

아들은 차인표의 열렬한 애독자로서 소설 집필을 독촉했다.

‘잘가요, 언덕’(살림) 외에도 장편 하나, 단편 하나 집필하고 있는 소설이 있다.

차인표는 “출판 가능한 건지 판단이 안 된다”면서 “(발표할지 여부를)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차기작 계획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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