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 같으면 벌써 옷을 벗어도 몇 번 벗어 던졌어야만 했다.

그런데 옷만은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이에서 하나 더 감사한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앞서 예목사가 시도 때도 없이 읽으라고 주고 갔던 ‘십자가의 피’라는 글을 이참에도 읽는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시아버지를 벌거벗겨 내 쫓은 바로 그 시간에도 그 십자가의 피에 대한 글만은 잊지 않고 연해연방 읽고 있는 것이었다.

‘십자가의 피가/죄씻음을 받는데도 십자가의 피가/마귀를 대적하는데도 십자가의 피가/영원한 반석에 서는데도 십자가의 피가/끊을 수 없는 절대 사랑을 만드는 데도 십자가의 피가/흑암의 권세를 물리치는데도 십자가의 피가/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는데도 십자가의 피가/구원의 역사를 이루는데도 십자가의 피가/주 예수님 품에 안기는데도 십자가의 피가/주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는데도 십자가의 피가/더러운 옷을 벗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데도 십자가의 피가/절대 죄인이 절대의인이 되는데도 십자가의 피가/누구나 영원한 생명 길로 가는데도 십자가의 피가/언제 어디서건 새것이 되는데도 십자가의 피가… 전능자의 도움을 받는데도 십자가의 사랑이/평화의 역사를 만드는데도 십자가의 사랑이/예수님을 깊이 생각하는데도 십자가의 사랑이…선한 싸움에 승리하는데도 십자가의 능력이…믿음으로 달려갈 길을 마치는데도 십자가의 믿음이…의의 길로 가는데도 십자가의 의가…예수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가 되는데도 십자가를 짊어짐이/주 예수님의 뜻을 이루는데도 십자가를 짊어짐이/승리의 길로 가는데도 십자가를 짊어짐이/빚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데도 십자가를 짊어짐이/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데도 십자가를 짊어짐이…아멘 할렐루야 하는데도/십자가의 피가/십자가의 사랑이/십자가의 믿음이/십자가의 의가/십자가의 능력이/십자가를 짊어짐이’ 이렇게 읽는 새댁의 목소리가 어쩜 조금 전 시아버지를 짓이기며 마구 짓밟던 그 사나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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