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의 머리털을 쥐어뜯으며 악을 쓰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웬지 가슴을 쥐어 뜯으며 심히 답답해하는 목소리였다.

어딘지 모르게 즉결심판,즉결처분만 바라는 슬픈 어조로 읽고 있는 양 싶었다.

다음날 예목사 일행이 방문했다.

새댁 식구들의 영접은 극진했고 대환영 바로 그자체였다.

마치 예목사에게 살길이 있고,예목사에게 문제 해결이 있고, 예목사에게 천국이 있는 양 그렇게 반가이 맞이해 주는 것이었다.

실은 ‘예수님의 이름’ 자에만 능력이 있고 기적이 있고 표적이 있고 문제 해결이 있고 천국이 있다는 점을 모른채 말이다.

예목사를 맞는 새댁의 미소도 보통이 아니었다.

간사를 떠는 듯 했다.

순한 양의 탈을 쓴 미소가 아닌가 싶다.

그러한 새댁에게 예목사가 말을 건다.

“조용히 잘 있었지? 옷은 안 벗고?” 새댁이 어금니를 깨물며 웃음으로 답해 보인다.

속으로는 천불이 나서 죽겠다는 뜻이었다.

다시 영적 전쟁의 승리를 위한 예배가 시작된다.

어제 약간의 맛을 본바 있는 식구들이 오늘은 더 적극적이다.

예배 도중, 예목사는 줄곧 고개를 쳐 박고 있는 새댁에게 호통을 치며 질문을 했다.

“그나저나 귀신이 들어온 그때 그 얘기부터 해볼지어다.” 모두 귀를 쫑긋 세운다.

세상에 이런 질문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식구들로서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몹시 의아하고 신비스러운 모양이다.

모두 새댁의 입을 바라본다.

도대체 무슨 답변이 나올까?새댁은 잠시 시간을 끌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지못해 입을 연다.

그러나 생각이 깊어지는 모양이다.

돌연 눈물바람을 한다.

동시에 식구들도 눈물을 보인다.

반사적인 현상이리라.“귀신이 들어온 얘기를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이 여인이 절간에 들어가 있을 때… 부처 입에서 수백마리의 뱀이 기어 나와…내 몸을 칭칭 감더니… 혀를 낼름 낼름하면서, 순간 이상한 얼굴,흉측한 몰골로 둔갑…제 몸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로 그 시로부터…뱀들이 제 몸속에서 말하는 대로 희죽희죽 웃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그 수많은 뱀들이,제 몸속에서 꿈틀꿈틀 교미를 하면서,수많은 새끼를 까대는 것이었습니다.

..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