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은혜를 저버린다는게 그렇게 죽을 맛일까? 은혜를 저버리겠다고 찾아 오는게 그렇게도 어려운 길이였을까? 그런 까닭에 어렵게 어렵게 입을 연다. 그래도 절로 터진 입이라고 입을 연다. 가까스로 입을 열고 있는 것이다. 간신히 입을 여는 것이었다. 사실 세상에서 이처럼 힘든 말이 없다는 표정이다. 그 모든게 참으로 우스워보였다.

“목사님, 참으로 죄송합니다.”

이말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이다.

“제 직장 문제를 아직껏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어쩜 교장이란 자리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약간 하기 쉬운 듯 보였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라 차마 뒷얘기는 쉽게 잇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나 다음 순서에 따라서 마냥 죽는 시늉을 해 보인다. 그러다가 송장처럼 다 죽은 몰골로 다음 말을 잇는다.

“목사님 제 나이로 퇴직할 때까지만 교회를 쉬면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비굴하기 그지없는 몸놀림으로 완전히 웃음을 잃은 얼굴을 보인다.큰 은혜를 저버린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아니, 흉악한 영계의 세계가 바로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 시간 한 눈에 보기에도 실로 흉측하리 만큼 새까맣게 죽은 몰골로 찾아온 새댁 시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흉악한 마귀의 심부름꾼으로 와 있는 듯 보였다.

“하여간 몇 년 후에 퇴직하면, 그때부터는 정말로 죽기 살기로 잘 믿어 보겠습니다.이점만은 절대로 절대로 약속하겠습니다.”

이미 홍당무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억지웃음을 만들어 가증스럽게 웃어 보인다. 그에 따라서 예목사의 두 눈은 실눈으로 좁아지고 있었다. 그런 눈으로 사람 같지 않다는듯,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듯, 소리 없이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후 웃음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내 측은히 여기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금새 성직자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선 사랑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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