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가 노조 설립을 선언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협 손민한 회장과 권시형 사무총장은 더 이상 시기를 미룰 수 없다며 현재 임의단체인 선수협을 사단법인인 노조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손민한은 "그동안 KBO와 구단에 프로야구 운영 및 선수 권익과 관련한 많은 사항에 대해 대화와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철저히 외면당했다"며 "소중한 파트너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

단체협상권과 행동권을 보장받는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것"이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지난 2000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8개 구단과 KBO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선수협을 만드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노조설립에 대한 선수협의 의지와는 달리 구단측의 반대는 여전히 확고해 추후 이를 놓고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민한은 "구단과 KBO의 반대 의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 권리는 구단이나 KBO에게 받은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서 받은 것"이라며 "구단에서 적자 논리나 프로야구 존폐 여부를 들고 나올 때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10년 만에 노조 설립을 발표한 선수협은 회장 손민한을 필두로 각 구단별 2명의 선수를 위원으로 위촉, 조만간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선수협은 각 구단별 2명씩으로 구성된 총 16명의 위원 명단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협의 실질적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권 사무총장은 "지난 2000년 몇몇 선수들이 트레이드되고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명단은 당장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권 사무총장은 "한국 프로스포츠 노동조합은 전례가 없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프로야구 선수의 노동조합은 다른 분야의 그것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다른 분야 노조의 갈등과 투쟁과는 다르게 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시즌 중 노조설립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구단은 물론 몇몇 일부 팬들은 중계권 문제와 히어로즈 스폰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 시기에 굳이 노조 설립을 해야 하는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권 사무총장은 "WBC전에 준비한 요구 사항이 담긴 문건을 유영구 총재에게 전달했고 대회가 끝나는 즉시 제도 개선안에 대해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답변은 없다"며 "반응이 없을 경우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어 심도있게 논의하고 중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단체에 대한 무시 수준이 지나쳐 노동조합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섰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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