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했던 허재 감독(44)이 2008~2009시즌 전주 KCC를 남자 프로농구 정상으로 이끌며 진정한 '농구 대통령'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농구 대통령을 가르친 스승이 보기에는 한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KBL 경기분석위원으로 활동 중인 양문의 위원(65)은 허 감독이 용산중·고에 재학할 당시 6년 동안 그를 지도했던 은사다.

양 위원은 4일 "아직 멀었어. 더 해야지. 이제 시작일 뿐이야"라며 스승이라고 하기에는 비정함마저 느껴지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이어 그는 "아직 많이 배워야 하고 앞으로도 배워 가는 단계일 뿐"이라며 "허재 본인도 스스로 더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强性)' 허 감독을 키워낸 양 위원의 성격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KCC를 통산 4번째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고 감독으로 우뚝 선 허 감독이지만 동시에 물러서고 후퇴할지 모르던 농구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한때를 보낸 것도 사실이다.

허 감독은 정규시즌 중 서장훈(35)의 트레이드 파문과 하승진(24)의 출전시간 발언 등으로 '선수 장악력과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시즌 전, 최강의 장신 라인업 구축으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때와는 다른 상황이었던 것. 양 위원은 "감독 초임 시절에는 허재 자신이 선수생활에 했던 것(승리와 화려한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지 부족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흐르고 여러 일들을 겪은 후 많이 달라졌다"며 "무엇보다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보였다"고 평가했다.

서장훈 트레이드 파문으로 언론과 팬들에게 뭇매를 맞던 지난해 12월에 양 위원은 "허재가 KCC 모든 선수들의 속마음을 읽었으면 한다.

그래야 선수들 역시 감독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며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을 강조했었다.

양 위원은 허 감독의 침착한 모습을 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KCC 우승의 원동력 중 하나로 꼽았다.

양 위원은 "정규시즌에서는 잘 볼 수 없었는데 7차전(챔피언결정전)에서 보니까 많이 침착해졌더라. 흥분하는 모습도 안 보이더라"고 말했다.

양 위원의 눈에는 허 감독의 달라진 표정과 행동이 모두 흐뭇함이었다.

허 감독은 우승 후, 가장 먼저 양 위원에게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양 위원은 "조만간 소주 한잔 기울일 예정"이라며 웃고 또 웃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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