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흙을 밟는 것처럼, 거칠은 나무등걸과 향이 결국 가장 편한것처럼 어쿠스틱한 악기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만 전진하는 삶에 휴식의 느낌을 준다.

진한 화장을 한 소녀가 화장을 반쯤 지우고 숲속의 나무등걸에 앉아 조용한 햇볕을 받고 있는 것처럼, 한때 섹시댄스가수로 무대에서 뭇 남성들을 흔들었던 여가수가 이제 음악의 껍질들을 털고, 가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피아노, 첼로,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조용히 노래한다.

  그녀는 이미 10대의 나이에 ‘성인식’으로 JYP엔터테인먼트(혹은 한국 가요계)를 대표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마치 앨범안에 후크송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듯 하지만, 결국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끝까지 그렇게 노래한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앨범을 접한 사람들 대부분마저 ‘들어보니 의외로 좋네요.’라고 말한다.

의외로.   박지윤의 새 앨범은 연애와 사랑, 관계에 대한 고백적인 수사로 채운 노랫말들로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균형을 유지하고 그걸 지탱하는 사운드는 촘촘하다.

낮게 깔리는 첼로 위로 기타 피킹이 심금을 울리는 ‘봄, 여름 사이’와 ‘그대는 나무 같아’ 타이틀 곡 ‘바래진 기억에’을 비롯해 피아노가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하는 ‘잠꼬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4월 16일’, ‘괜찮아요’ 등은 박지윤특유의 고음비성을 살리면서, 편안한 흉성으로 박지윤이라는 가수의 음색을 탐색하게 만든다.

특히 박지윤이 작사와 작곡을 맡은 ‘봄, 여름 그 사이’와 ‘그대는 나무 같아’, ‘괜찮아요’는 공백기의 그녀의 많은 생각을 느낄수 있게 한다.

  다른 곡들을 살펴보면 우리가 싱어송라이터로 잘 알고있는 작곡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디어 클라우드 ‘바래진 기억’, 루시드 폴 ‘봄날’, 타블로와 박아셀 ‘잠꼬대’, 그리고 김종완(넬), ‘4월 16일’의 이름이 있다.

그들에 대한 신뢰감은 결국 앨범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진다.

그들의 음악적 느낌을 그대로 살린 곡이 있는가 하면, 박지윤의 음색과 절묘하게 조화되어있는 새로운 발견을 할수 있는 곡도 있다.

그렇게 박지윤은 음악적 스펙트럼(혹은 한계)을 다른 싱어송라이터들로 보완 혹은 확장시켰다.

  ‘진정한 아티스트로 돌아온 박지윤’이라는 앨범홍보문구가 그동안의 그녀의 음악적 고민을 다 표현해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이제 섹시로 승부 볼 수 없는 나이에 또 다른 상업적 마케팅이다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녀의 ‘하늘색 꿈’이나 ‘성인식’같은 히트곡들은 또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그녀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댄스음악자체가 진정한 음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녀가 아마도 앨범홍보문구에 그렇게 노골적으로 ‘진정한 아티스트’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면, 그녀의 고민이 좀 더 진실성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새로운 그녀의 음악적 고민과 탐색이 더욱 새롭게 시작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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