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예상 같지만 아무래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할 것 같다.

2004년 3월 12일 국회탄핵 결의로 촉발된 탄핵정국 이후 치른 17대 총선에서 40여석이던 열린우리당이 일약 152석을 차지,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반면 야당이면서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을 주도하던 한나라당은 제1당의 지위를 내주었다.

그렇게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을 맞았고 탄핵의 주도한 인물들은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지난 주 국민장을 치른 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04년 9월 이래 4년 8개월 만에 1, 2위 정당간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등으로 당명 변경과 당 해산, 탈당, 창당 등 별짓을 다해도 꿈쩍 않던 지지율이 이번에 움직였다”며 지지율 상승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5년 전의 일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무리하게 밀어부친 결과 다수당과 과반의석을 헌납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정부가 이번에는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나치게 전직 대통령을 압박한 결과 투신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지리멸렬해 가던 진보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탄핵 정국 이후 5년 만에 서울대 교수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염려한다’라는 시국선언까지 발표하는 등 거대한 쓰나미가 돼 현 정권과 여당을 초토화시키기 직전에 이르렀다.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의 별명이 바보였다는데 진짜 바보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공부한 학습효과를 쉽게 잃어버리고 다시금 엄청난 역풍을 맞고 있는 한나라당이 아닌가 싶다.

지난 국민장 기간 동안 전국 각지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에 드러난 민심을 대통령과 정부 및 여당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압도적 득표율(48.7%)과 2위 후보와 530여만 표차라는 1년 6개월 전의 대선결과로 인한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봉건왕조시대에도 국가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임금 스스로 부덕의 소치임을 인정하는 겸양의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건이 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할지라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요 국민통합을 이뤄야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이 분노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아울러 야당도 일부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잠언 16:18)는 말씀이 주는 경고를 모두가 가볍게 넘겨서는 결코 안될 때다.

/박영진 목사(부안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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